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합작으로 연산 5만대 규모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을 15일 전하며 역내 1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중동 판매량(소매 기준)은 사상 처음으로 40만대를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22만7300대, 기아 17만6808만대로 총 40만4108대를 팔았다. 올 들어서도 1분기 기준 현대차·기아 합쳐 10만9877대를 판매해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우디의 중요성이 높다. 지난해 전체 중동 판매량 중 사우디(19만9515대)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사우디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가 15.6%로 2위, 기아가 7.6%로 3위다. 두 회사 점유율 합계(23.2%)는 1위 도요타(28%)를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격차도 2021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이 같은 수요 증가세를 감안하면 현지 생산기지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2024년 249만대 규모였던 중동 자동차 시장은 2030년 전후로 연 3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대차는 중동 수출 물량을 한국과 인도 공장에서 생산해 왔다. 내년 4분기 사우디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현지 수요 대응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 등 중동은 물론 영향권에 있는 북아프리카 등 전체적인 방향으로 봤을 때 사우디 공장 설립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우디에서 시장 친화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현지화를 얼마나 가속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중동 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테슬라가 사우디 시장에 진출하며 중동 공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BYD, 니오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지난해 중동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전기차 쇼룸을 개장하는 등 현지 판매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현대차는 사우디의 모빌리티 산업 육성 정책에 적극 협력하며 역내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사우디는 기존 에너지 중심 산업 구조를 제조업, 수소에너지 등으로 다변화하는 내용의 국가 발전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의 혁신 제조기술과 사우디의 우수 인재·인프라를 결합해 현지 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과 발전을 가속화하는 핵심 거점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사우디 공장 신설 등이 국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해외 공장 건설이 늘면서 현대차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 물량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 부회장은 "해외 투자로 인해 국내 투자가 소외되거나 위축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내에서 해야 할 부분에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더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만 역대 최대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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