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이의 다이렉트] 7080 감성 가득 기차여행… 충남에서 새로운 추억 싣고오세요

  • 관광공사·코레일관광개발 연말까지 8회 운영

  • 서울역에서 출발… 예산·서산·홍성 당일코스

  • 교련복 입은 직원·딱지치기 놀이로 향수 자극

  • 열차 안 통기타 공연·아코디언 연주도 볼거리

  • 예당호 출렁다리·사과향 물씬 농장 체험 필수

요들누나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요들송을 부르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충남으로 향하는 레트로 낭만열차에서 요들누나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요들송을 부르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기타 소리에 맞춰 옛 노래를 따라 부르며 달리는 열차 안. 교복을 입고 찍은 흑백사진을 손에 쥐고 구운 달걀을 까먹으며 창밖을 내다보면 어느새 충남의 풍경이 펼쳐진다.

5060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가 지난달 운행을 시작했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충남 예산, 서산, 홍성 등 지역 명소를 둘러보는 당일 기차여행이다. '2025~2026년 충남 방문의 해'를 맞아 한국관광공사와 코레일관광개발, 충남문화관광재단,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손잡고 연말까지 총 8회 운영한다.

 
기차 안에서 뽑기게임을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 사진김다이 기자
기차 안에서 뽑기게임을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 [사진=김다이 기자]
레트로 낭만열차에서는 옛날 교복을 입고 딱지치기 등 각종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레트로 낭만열차에서는 옛날 교복을 입고 딱지치기 등 각종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열차는 7080 감성을 그대로 담았다. 교련복을 입은 직원들이 바나나우유와 구운 달걀을 나눠준다. 여행객들은 교복을 입고 즉석 흑백사진과 딱지치기도 즐기며 낭만 가득한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시작한다.

충남으로 향하는 열차 안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통기타 라이브 공연과 아코디언 연주가 이어지자 열차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 올랐다. 통기타를 둘러멘 '미스터갓'은 여행지에 어울리는 신나는 7080 가요로 여행객들의 흥을 돋웠다. '요들누나'의 요들송도 기차를 타고 흥겹게 울려 퍼졌다.

지루할 틈 없이 달려온 열차는 어느덧 충남 예산역 앞에 정차했다. 여행객들은 역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예당호 출렁다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봄을 맞은 예당호 출렁다리 사진김다이 기자
봄을 맞은 예당호 출렁다리 [사진=김다이 기자]

◆잔잔한 호수 위 넘실대는 '예당호 출렁다리'

기차여행의 첫 목적지는 예당호 출렁다리. 2019년 개통한 이곳은 길이 402m, 높이 64m로 '국내 최장' 출렁다리다. 둘레 40㎞인 예당호를 가로지르며 길게 뻗은 다리 위를 걷다 보면 다리가 사람들 발걸음에 맞춰 부드럽게 출렁인다. 거대한 다리 한가운데에 64m 주탑이 우뚝 솟아 있다. 주탑 꼭대기에 올라서면 예당호 풍광이 한눈에 담긴다.

 
예당호 출렁다리 주탑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김다이 기자
예당호 출렁다리 주탑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김다이 기자]

예당호 출렁다리는 밤이면 무지개 빛깔로 물들어 또 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출렁다리에서 예당호 중앙 생태공원까지 데크길로 이어지는 5.2㎞에 이르는 느린 호수길은 경치를 감상하며 천천히 걷기에 좋다. 

 
은성농원 사과밭 사진김다이 기자
은성농원 사과밭 [사진=김다이 기자]

◆사과농장에서 맛보는 사과와인 맛은?

저 멀리서부터 달콤한 사과향이 물씬 풍기는 곳. 사과로 만든 파이부터 와인, 위스키를 맛볼 수 있는 사과 와이너리가 충남 예산에 있다.

예산사과가 처음 재배됐던 지역인 고덕면에 자리한 은성농원은 2만여 평 규모 사과밭에 사과나무 6000여 그루를 키우고 있는 사과 농장 와이너리다. 드넓은 농장에는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은성농원에는 레스토랑, 세미나실, 펜션 스타일 숙소를 갖춘 유럽 스타일 농장 와이너리가 자리하고 있다. 와이너리 투어와 와인 양조 체험은 물론 사과파이 만들기, 사과잼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은성농원에서는 9월부터 11월 중순까지 매년 가을 사과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사과 체험을 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단다.
 
은성농원에서 제조하는 주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대표가 은성농원에서 제조하는 주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사과 브랜디를 맛보는 방문객들 사진김다이 기자
사과 브랜디(깔바도스)를 맛보는 방문객들. [사진=김다이 기자]

쌀 대신 사과즙을 넣고 발효해 만든 증류식 사과주(시드르)와 이를 증류해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도수를 높인 'K-깔바도스'까지. 예산사과로 만든 각종 고급주가 이곳 은성농원에서 탄생한다. 50도를 넘는 술이지만 뜨거운 목 넘김 뒤에 달콤한 사과 향이 뒷맛을 남긴다.

 
직접 만든 사과파이와 사과 브랜디 사진김다이 기자
직접 만든 사과파이와 사과 브랜디 [사진=김다이 기자]

'사과파이 만들기 체험'도 이곳만의 묘미. 파이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반죽을 틀에 얹어서 포크로 구멍을 송송 뚫어주고 미리 준비된 재료를 넣어준다. 그 위에 반죽으로 잘 덮어 뒤에 구멍을 내고 달걀물을 발라주면 끝. 삐뚤빼뚤 모양은 다 다르지만 누구나 어렵지 않게 파이를 완성할 수 있다. 

양조장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갓 구운 사과파이를 나눠준다. 다양한 사과주를 맛보고 직접 만든 달콤한 사과 파이까지 가져갈 수 있으니 사과와 술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코스다.

 
젊어진 분위기의 예산시장 사진김다이 기자
리모델링으로 달라진 충남 예산시장. [사진=김다이 기자]

◆하루에 1만명 발길···젊어진 예산시장 

예산시장은 1926년부터 약 1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예산군민들과 함께해왔다. 역사가 깃든 시장이다 보니 시설이 낙후되어 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시장 리모델링과 운영에 참여하면서 이곳은 레트로 분위기에 젊은 감성이 넘치는 시장으로 변신했다.

백종원 대표는 예산군과 함께 시장 점포 일부를 직접 매입해 공모로 청년 창업자를 입점시켰고 임대료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예산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들 사진김다이 기자
예산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들. [사진=김다이 기자]

그 덕분에 '먹방 성지'로 입소문을 타게 된 예산시장은 하루에 1만명 이상 방문할 정도로 북적이고 있다. 주말과 연휴에는 하루에 3만5000명 넘는 인파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고 있다. 

60년 전통 국밥, 선봉국수, 백술상회, 사과당, 낙원약과 등 전통 먹거리와 예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디저트류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하다. 

 
유기방 가옥 뒷편 솔밭 동산에 만개한 수선화 사진김다이 기자
유기방 가옥 뒷편 솔밭 동산에 만개한 수선화. [사진=김다이 기자]

◆수선화 만개한 고택 '유기방가옥'

충남 예산에는 '시간이 멈춘 집'이 있다. 바로 유기방 가옥이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6대째 이어져 온 300년 고택은 향토사적·건축학적으로 귀중한 자료로 평가돼 2005년 10월 31일 충청남도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한옥 내부는 소박하지만 정갈하다. 방마다 조선 시대 고가구가 놓여 있고 마루에서는 멀리 예산 들녘이 내려다보인다. 
 
미스터선샤인 촬영지로 잘 알려진 유기방 가옥 사진김다이 기자
미스터선샤인 촬영지로 잘 알려진 유기방 가옥. [사진=김다이 기자]

유기방가옥의 '유기방'은 고택에서 거주하며 관리 중인 어르신 이름이다. 유기방 어르신은 가옥 뒤 울창하게 자란 대나무 대신 수선화를 심기 시작해 지금은 2만평 넘는 가옥 주변 꽃밭을 관리하고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2만평에 수선화 꽃밭이 펼쳐진다. 개화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4월 30일까지 수선화를 볼 수 있다.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간월암 사진김다이 기자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간월암. [사진=김다이 기자]

◆만조에 섬이 되는 신비의 사찰 '간월암'

충남 태안 안면도 끝자락, 바위섬 위에 떠 있는 작은 암자 간월암이 있다. 간월암은 무학이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간월암'이라 불린다. 

1980년대 진행된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인해 간월도는 육지와 연결되었지만 간월암은 지금도 하루에 두 번 만조 때 섬이 되고 간조 때는 뭍이 되는 신비로운 곳이다. 썰물 때는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암자까지 들어갈 수 있다. 주위 자연경관과 옛 선조들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고찰이 어우러져 썰물 때면 관광객 발길이 줄을 잇는다. 

 
간월암 사진김다이 기자
간월암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사진=김다이 기자]

물이 빠지는 걸 확인하고 천천히 바닷길을 걸어서 들어가 본다. 갈매기 울음소리 너머로 암자 지붕이 반짝인다. 출렁이는 파도를 뒤로한 채 들어선 암자 마당에는 작고 오래된 소원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 염원이 담긴 돌탑, 동전, 편지, 기도문이다. 

이곳은 밀물이 들어오면 물 위에 떠 있는 연꽃과 같다 하여 연화대(蓮花臺)라고도 불렀다. 낙조 때 석양에 잠긴 바다와 암자가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풍광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수덕사 대웅전 전경 사진지앤씨이십일
수덕사 대웅전 전경 [사진=지앤씨이십일]

◆다양한 이야기가 깃든 천년고찰 '수덕사'

덕산온천 인근 덕숭산 자락에 있는 수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로 백제시대인 6세기경 창건돼 15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목조건축물인 대웅전은 국보 제49호로 지정돼 있다. 조선시대 불전이 웅장하고 화려함을 추구한 것과 달리 수덕사 대웅전은 소박하면서도 정제된 고려시대 건축미가 잘 드러난다.

사찰 경내에는 노사나불괘불탱, 묘법연화경 등 보물과 함께 삼층석탑, 칠층석탑 등 다수 문화재가 보존돼 있으며 근역성보관에는 다양한 불교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과 현대미술 추상화가 이응노 화백살았던 수덕여관 사진김다이 기자
조선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과 현대미술 추상화가 이응노 화백이 살았던 수덕여관. [사진=김다이 기자]
이응노 화백의 암각화 사진김다이 기자
이응노 화백의 암각화 [사진=김다이 기자]

수덕사에는 이응노 화백(1904~1989)이 머무르며 미술 활동을 했던 초가집과 그의 작품을 전시한 선미술관도 자리하고 있다.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풀려난 이응노 화백이 수덕여관에 머물며 요양할 때 제작한 암각화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수덕사에는 대웅전만큼이나 유명한 스님이 계셨던 곳이다. 한국 여성 종교사와 불교사에서 상징적인 자취를 남긴 여성 승려이자 문필가, 사회운동가인 '일엽 스님(1896~1971·속명 김원주)'이다.

동아일보 여성기자로 여성잡지 '신여자'를 창간한 일엽 스님은 당대 최고 이슈 메이커였다. '낭만적 사랑'과 '자유연애'를 주장했지만 남성 중심 사회의 이중잣대 속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는 1933년 돌연 수덕사에 출가해 '일엽'이란 법명을 받고 비구니가 되었다.

이후 수덕사에서 평생을 수행과 비구니 교육, 여성 불교계 기반 마련에 헌신했다. 그 결과 수덕사는 한국 비구니 교단의 정신적 중심지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전국 비구니 승려들의 본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해미읍성 동헌 사진김다이 기자
해미읍성 동헌 출입문  [사진=김다이 기자]

◆순교의 땅, 평화의 길…해미읍성

해미읍성도 충남 여행에서 꼭 들러야 하는 장소 중 하나다.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꼽히는 해미읍성은 조선 태종 때 서해안 방어를 목적으로 지어졌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성곽 대부분이 유실돼 폐성됐다가 1973년 복원됐다.

해미읍성은 조선 말 천주교도 순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천주교 박해 당시 관아가 있던 곳으로 충청도 각 지역에서 수많은 신자가 잡혀와 죽임을 당한 곳이다. 1866∼1872년 천주교 박해 때 충청도 지역 천주교 신자 1000여 명이 해미읍성으로 끌려와 모진 고문을 당한 뒤 처형됐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산 해미읍성과 당진시 솔뫼성지 등을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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