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법관 대표들이 26일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부의 재판 독립과 사법 신뢰 회복을 주제로 논의에 나선다. 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한 뒤,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소집됐다. 판결 이후 정치권에서는 대법원장 탄핵,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도입 등 사법제도 전반을 겨냥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상정한 안건은 두 건이다. 첫째는 재판 독립과 공정성, 사법의 민주적 책임을 확인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원칙 선언이다. 둘째는 특정 사건의 절차 진행으로 인해 사법 신뢰가 흔들렸다는 인식과, 개별 재판을 근거로 한 책임 추궁이나 제도 변경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보도자료에는 사건명이나 특정 판결을 직접 언급하는 표현은 제외됐다. ‘사법 신뢰 회복’과 ‘재판 독립 보장’이라는 일반론적 표현만 포함됐다. 하지만 안건 원문에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 ‘이번 사태를 촉발한 절차’ 등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연상시키는 문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회의 규칙은 사법행정과 법관 독립에 관해서만 의견을 표명할 수 있으며, 개별 재판의 당부나 절차 자체에 대한 판단은 다룰 수 없다. 회의가 안건 의결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표자 126명 중 과반인 64명 이상이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고, 안건 의결은 출석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회의 당일 1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현장에서도 추가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안건은 병합·수정될 수 있고, 필요 시 분과위원회로 이관하거나 속행하는 결정도 가능하다.
회의 소집은 지난 9일 비공식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다만 회의 개최에 대한 법원 내부의 의견은 갈린다. 전체 법관대표 126명 중 절반을 넘는 70명이 소집에 반대했고, 법원 내부망에는 회의를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제안도 게시됐다. 관련 재판이 모두 선거 이후로 연기된 상황에서 긴급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의가 선거를 불과 8일 앞두고 열린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사법부가 어떤 입장을 내더라도 정치적 해석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 법관들은 “정치와 사법이 충돌하는 시기에 회의 개최 자체가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의가 논의만 진행되고 의결 없이 종료되거나, 결론을 유보한 채 분과위원회로 안건이 이송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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