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싱크홀의 원인과 대응 방안

사진최민성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땅 꺼짐(싱크홀) 사고는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은 미국 28개 주요 도시 중 25개 도시에서 지반 침하가 진행 중이며 약 3400만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텍사스주 휴스턴이 연간 최대 5㎝ 침하로 가장 심각하며 뉴욕, 라스베이거스, 워싱턴DC도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싱크홀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위협을 막기 위해 물 관리와 도시 재설계가 시급하다.
 
싱크홀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지하수 고갈과 땅속 빗물 침투 부족이다. 싱크홀은 지표면이 무너져 형성된 함몰지로, 지하수 고갈이 주요 원인이다. 과도한 펌핑은 대수층(지하수 저장층)을 비우고 흙과 암석을 붕괴시킨다. 미국의 지반 침하 80% 이상이 지하수 사용과 관련 있다. 휴스턴은 석유, 가스, 물 펌핑으로 대수층이 붕괴되면서 연간 40% 면적이 5㎜ 이상 침하 중이다. 농업, 산업, 도시의 지하수 사용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빗물이 땅속에 제대로 침투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도시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해 대수층 충전을 막는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늘며 지하수 사용이 증가하고, 폭우는 약해진 지반을 무너뜨린다. 카르스트 지형(석회석 등)에서는 물이 암석을 녹여 동굴을 만들고 천장이 무너진다. 건설, 파이프 누수, 광산 활동도 지반을 약화시킨다. 그러나 지하수 고갈과 빗물 침투 부족은 도시 싱크홀의 주범으로 물 관리의 실패를 드러낸다.
 
미국 28개 대도시 중 25개 도시에서 침하가 관찰되며 미국인 3400만명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휴스턴은 12% 면적이 연 1㎝ 이상 침하되고 있으며 포트워스, 댈러스, 라스베이거스도 심각하다. 뉴욕과 시카고는 연 1~3㎜ 침하 중이다. 2000년 이후 미국 홍수 피해 중 90회 정도가 침하로 악화됐다고 한다. 위성(InSAR) 데이터는 지하수 고갈을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자카르타는 지하수 과다 사용과 빗물 침투 부족으로 연평균 1~15㎝씩 침하해 2050년경 도시 대부분 침수할 위기 상황이다. 중국은 82개 도시 중 45%가 연 3㎜ 이상 침하 중이며, 2120년경에는 연안 도시 22~26%가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베트남,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도 농업과 도시물 사용으로 싱크홀이 늘고 있다.
 
한국은 화강암·편마암 지대라 자연 싱크홀이 적은 편이지만 서울도 파이프 누수와 빗물 침투 부족으로 작년에만 251건이나 싱크홀이 발생했다(소방청). 도시의 외연적 확장과 기후변화가 이 위험을 키우고 있다.
 
싱크홀을 막으려면 지하수와 빗물 관리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지하수 관리가 필수적이다. 펌핑 규제와 대수층 인위적 재충전(표면수·재활용수 주입)이 효과적이다. 플로리다는 담수화로 지하수 의존을 줄였고, 도쿄는 엄격한 지하수 관리로 침하를 줄였다.
 
도시 설계에서 빗물 관리 체계도 혁신해야 한다. 레인가든은 빗물을 지하로 침투시켜 대수층을 충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뉴욕은 공원의 레인가든으로 빗물 30%를 흡수한다. 투수성 포장재는 도로 침하를 방지하며 도시 전체로 확대하면 지하수 충전 효과가 크다.
 
조기 대응을 위해 위성(InSAR)이나 센서로 땅 꺼짐을 실시간 감시해 경보를 발령하는 모니터링 강화도 필요하다. 휴스턴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지반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우리도 도시 계획에서 대수층 조사, 가벼운 건물 설계, 파이프 점검 등을 반영해야 한다.
 
한국도 도시화 확장으로 지하수 고갈과 땅속 빗물 침투 부족 현상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폭우와 가뭄이 잦아지면서 지반 약화 위험은 늘고 있다. 우리도 빗물 관리, 위성 모니터링 기술 활용, 레인가든과 투수층 등을 적극 확대해 싱크홀 위험을 줄여야 한다. 이를 지속 가능한 도시 설계에 채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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