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사망 사고 여파에 야구팬들 '크보빵' 불매운동

  • 야구팬들 "사망 사고 이후 크보빵 구매하기 꺼려진다"

  • KBO "내부 검토 중"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에 맞춰 지난 3월 20일 SPC삼립이 출시한 크보빵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에 맞춰 지난 3월 20일 SPC삼립이 출시한 크보빵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자의 피 묻은 빵에 선수들의 얼굴을 끼워팔지 말라.”
 
야구팬들이 뿔났다.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연달아 인명 사고가 발생하자, 야구팬들이 ‘크보빵(KBO빵)’ 불매운동에 나섰다. 크보빵은 SPC삼립이 지난 3월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에 맞춰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이다.

SPC 계열사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인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크보빵에 반대하는 크보팬 일동’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이 게시되는 등 야구팬들은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화려한 콜라보 뒤에 감춰진 비극을 외면하지 않겠다”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27일 오전 기준 2300명 이상이 동참했다. 오는 30일에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 사옥 앞에서 ‘크보빵 규탄 트럭 시위’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크보빵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인기다. 구단 대표 선수와 마스코트가 포함된 띠부씰(탈부착 스티커) 189종, 국가대표 라인업으로 구성된 스페셜 띠부씰 26종 등 총 215종이 무작위로 들어 있다.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 덕분에 크보빵은 출시 3일 만에 100만 개가 팔리며 역대 최단기간 100만 봉 돌파 기록을 세웠다. 이후 4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 봉을 돌파하는 등 SPC삼립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혔다.

 
야구팬들이 크보빵 불매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빠띠 홈페이지 캡처
야구팬들이 크보빵 불매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빠띠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야구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야구팬은 “사망 사고 기사를 본 뒤 크보빵을 사지 않고 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 크보빵 띠부씰을 모으던 사람들도 수집, 교환을 중단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사망 사고 이후 크보빵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저도 조금 불편해서 구매가 꺼려진다”고 전했다.
 
일부 야구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SPC와 협업을 진행한 KBO를 규탄했다. 한 팬은 “우리가 사랑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얼굴이 산재 기업의 이미지 세탁에 쓰이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KBO 측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KBO 관계자는 26일 본지와 통화에서 “팬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관련 사안은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번 사고의 책임을 KBO에 묻는 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SPC삼립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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