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학 압박 속 美유학생들 '잔류 선택'...대학들, 백악관 물밑 접촉

맥칼레스터 칼리지, 3분의1 이상 유학생 방학에도 캠퍼스에 남기로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교 캠퍼스의 전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학생 비자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재입국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외국인 학생들이 여름방학에도 미국 내 머무르는 선택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월스트리스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리조나주립대의 경우, 올해 여름방학 기간 학교에 머무는 모든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캠퍼스 내 주거시설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수업을 듣거나 캠퍼스 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제공해왔지만, 올해에는 전면 확대한 것이다.
 
미네소타주의 맥칼레스터 칼리지는 25만 달러 규모의 기부금을 활용해 여름방학 중 희망하는 모든 외국인 학생에게 기숙사와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3분의1 이상의 외국인 학생들이 방학 동안 캠퍼스에 남기로 결정했다.
 
텍사스의 베일러대나 노스캐롤라이나의 듀크대 등도 외국인 학생들에게 방학 기간 미국 내에 머물 것을 권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학가 압박 타깃이 된 하버드대는 최근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민 당국 요원이 기숙사를 찾아올 경우를 대비한 대응 요령과 긴급 전화번호가 적힌 빨간색 카드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미국 대학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백악관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대학 지도자들은 백악관 고위 정책 전략관인 메이 메일먼과 몇 주간 대화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을 압박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대학들을 차별의 온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자금은 예전처럼 흘러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유명 대학들이 반유대주의나 시위, DEI(다양성·평등성·포용성) 정책을 변호하지 않겠다고 협약을 맺은 로펌들처럼 협약을 맺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의 한 당국자는 CNN에 “행동 없이 말뿐인 대학과는 협력하지 않겠다”며 “많은 학교가 협상을 원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그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대학 지도자들이 워싱턴DC로 와서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하도록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을 설립했다.
 
하지만 대학 중에 먼저 나서서 트럼프 행정부와 이러한 협약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아직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