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드론이 1일(현지시간) 러시아 공군기지 항공기를 타격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드론 110여 대를 동원해 러시아 본토 전략폭격기 수십 대를 타격했다. 러시아도 드론 470여 대를 투입해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공세를 펼쳤다. 양측 간 2차 휴전 협상을 하루 앞두고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 있는 벨라야 기지를 포함한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을 포함한 러시아 군용기 약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어치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최전선에서 4300㎞ 이상 떨어진 이르쿠츠크 같은 지역을 드론으로 타격한 것은 전쟁 발발 이후 첫 사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계획에서 실행까지 1년 6개월 하고도 9일이 걸린 작전”이라고 알렸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작전 계획을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7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검증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눈부신 선전 효과를 거둔 대성취인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이날 기고문에서 이번 우크라이나의 작전을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비견했다. 러시아의 군사 블로거들도 이번 공격을 진주만 공습으로 묘사하며 자국군에 전술핵 공격을 포함한 강력하고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미 뉴스위크는 전했다.
다만 피해 규모가 우크라이나 주장만큼 큰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공군기지 5곳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이르쿠츠크 등 2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은 격퇴했고 소수의 항공기만 피해를 봤다며 우크라이나와 상반된 주장을 폈다. 앞서 이날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주와 쿠르스크주에서는 교량 2개가 연이어 폭발로 붕괴해 최소 7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러시아는 이 공격의 배후를 우크라이나로 의심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는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사이 드론 472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각지를 공격했다. 전쟁 발발 이래 하루 새 이뤄진 공격으로는 최대 규모다.
양국이 휴전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방까지 거세지면서 2차 휴전 협상에 대한 회의적인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협상을 위한 로드맵에서 최소 30일간 무조건적인 휴전을 전제조건으로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비동맹·비핵 지위라는 약속을 되살리고 헌법에 포함하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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