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1기 인사가 시작됐다. 대통령실과 일부 부처 차관 정도만 인선이 이뤄진 가운데, 주요 고위직 인사를 두고 하마평이 많다. 1000여 곳이 넘는 공기업·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여의도도 마찬가지. 좀 이른 타이밍이지만, 한국거래소 등 4개 증권유관기관 수장들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유관기관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 5곳이다. 이 중 회원사 투표로 회장을 뽑는 금융투자협회를 제외한 4곳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인사 수요가 있는 곳들이다
통상 정권교체 이후엔 공기업 및 공공기관장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있어왔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일부 기관장은 '알아서' 사퇴하기도 했다. 증권유관기관들에서도 과거 이런 사례가 몇 번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자진 사퇴했고, 예탁원 김경동 사장과 코스콤 우주하 사장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대체로 임기를 채웠다. 4대 증권유관기관장 중 2016년 이후 임기를 못 채운 케이스는 딱 한 번 있었다. 2017년 9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이 취임 1년 만에 물러난 게 유일했다.
나머지 기관장들은 어떤 정권에서 임명됐느냐에 관계없이 잔여 임기를 보장 받았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이병래 예탁원 사장, 홍우선 코스콤 사장, 윤희호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지만 윤석열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에도 임기를 다 채웠다.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옅은 금융관료 출신들이 기관장을 맡기에 인사 외풍을 덜 받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엔 어떨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관기관 수장들이 임기를 마치고 내려오는 것이 추세”라며 “현재 별다른 하마평은 들려오고 있지 않다”고 귀띔했다. 현재 4개 증권유관기관 수장들의 임기는 최소 9개월에서 최대 2년 3개월가량 남아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 임기는 2027년 2월, 이순호 예탁원 사장은 내년 3월까지다.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윤창현 코스콤 사장의 임기는 각각 2027년 6월과 9월까지다.
지난 10년간의 관례(?) 대로라면 이들 모두 잔여 임기를 보장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들 4명 중 이순호 사장과 윤창현 사장은 전 정권 인사로 분류된다는 게 변수다.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정권 차원에서 교체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정은보 이사장과 김정각 사장은 정치색이 덜한 관료 출신이란 점에서 임기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가 전망이다.
역대 기관장 출신 A씨는 "인사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지난 2022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한 강제적·인위적 물갈이는 힘들어졌다"며 "사퇴를 압박할 경우 직권남용으로 처벌받는데, 무리한 교체인사는 없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정권 차원에서 마음먹고 내보내려 한다면 검찰, 국세청 등을 통해 비리를 찾아내는 식으로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임기 만료 전 교체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통해 금융당국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 체계 개편과 맞물려 인사 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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