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무용가 예효승이 국립무용단의 남성 무용수들과 '한국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연결된' 춤의 그림을 그린다. 화가가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20명의 남성 무용수는 '한국적인 호흡'으로 국립극장의 달오름극장 무대 위에 '숨, 시간, 장단, 흥, 선(움직임)'을 펼쳐낸다.
예효승은 지난 9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파이브 바이브>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 안에 본능처럼 내재된 '호흡'을 말했다.
"솔로 작업을 계속하면서 제가 본능적으로 ‘한국적인 호흡’을 가지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제게 움직임이란, 마치 미술에서 펜이나 붓을 이용하듯 ‘호흡’을 도구 삼아 몸을 통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나가는 작업이에요. 이런 방식이 한국무용과 자연스럽게 접점을 이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용수들은 '숨, 시간, 장단, 흥, 선(움직임)'이란 다섯 가지 키워드를 몸전체로 표현한다. 이들 키워드는 60년이 넘는 국립무용단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예효승은 "국립무용단의 역사와 시간성, 에너지 등을 과감하게 무대화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며 "그 고민의 결과로 ‘중력의 에너지와 움직임’을 무대 위로 끌어오고자 했다. 이번 작품의 제목이 <파이브 바이브>가 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찰나의 예술인 무용을 통해 ‘시간’이란 개념을 전달하고자 한다. “첫 번째 장면은 사설(프롤로그)처럼 사용한 것으로, 시간성을 보여주죠. 인간의 진화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요. 시간의 흐름과 진화를 시각적으로, 이미지로 대놓고 보여주고자 했어요. 관객이 그 이미지 속에서 무엇을 느끼든지, 그 직접성이 오히려 해석의 다양성과 감정의 폭을 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무용에 내재된 에너지를 뿜어내기 위해 무용수들의 몸 전체를 쓰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한국무용의 부드럽고 정적인 움직임 속에는, 사실 굉장히 강인한 에너지가 내재돼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힘을 과시하는 방식이 아닌, 몸 전체를 활용한 움직임의 확장성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섬세함과 남성적인 에너지, 그리고 무대 위의 묵직한 존재감을 전달하고자 해요.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자유롭고, 때로는 남성적인 섹시함,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섬세함까지 함께 전달될 수 있길 기대해요.”
예효승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국적인 호흡'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저는 전통춤을 전문적으로 춰온 사람은 아니지만, 그 호흡과 무게감은 우리 안에 본능처럼 내재되어 있는 것,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은 6월 25∼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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