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이었던 1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는 인디비저블(Indivisible)과 '50501(50개 주, 50개 집회, 하나의 행동)' 등 여러 단체가 연합해 주최됐다. 앞서 노 킹스 측은 이날 미국 전체 50개 주(州)의 약 2000곳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저항 시위 개최를 예고했다.
이번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과 겹친 워싱턴DC의 미 육군 250주년 기념 군 퍼레이드 행사(열병식)에 맞서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부각시키고자 기획됐다. 불법 이민자 단속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LA)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시위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더욱 커졌다.
노 킹스 측은 LA 시위 이후 추가로 300개 이상의 집회가 더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확한 집회 인원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주최 측은 이번 시위가 2020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 이후 최대 규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조치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집회 명칭을 '노 킹스'라고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했다. NYT는 경찰 측 추산을 인용해 필라델피아 집회 참가자가 약 10만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러브파크에서 시작해 시 미술관 앞까지 행진한 뒤, 마틴 루터킹 주니어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터킹 3세 등 주요 연사의 연설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인 뉴욕시에서도 궂은 날씨 속에 약 5만 명이 참석해 맨해튼 5번가를 따라 행진하며 "트럼프가 미국의 법질서와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 주최 측은 비폭력 시위를 강조하며 자체 자원봉사 요원을 배치해 질서 유지를 도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 퍼레이드를 방해하는 시위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자, 워싱턴DC는 공식 집회 개최지에서는 제외됐다. 하지만 군 퍼레이드 전 백악관 인근에서는 수백 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대부분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발생했다. NYT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시위 종료 이후 일부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넘으려 하자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해 저지했다고 전했다.
미네소타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주의회 의원과 배우자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괴한에게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 전역의 집회가 전면 취소됐다. 주최 측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암살 용의자 추적 상황을 고려해 집회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수도 워싱턴DC에서는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열병식은 워싱턴DC의 상징인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모뉴먼트까지 콘스티투션 애비뉴를 따라 진행됐으며 군인 약 6700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등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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