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의 역습] 부랴부랴 '원화코인' 준비…카카오·네이버페이코인 발행·활용 가능성은?

카페 유력 발행 주체로 떠올라…웹3 공동 개발 나선 네페도 거론

아이티센 국내 유일 '금' 코인 개발…'페이코인' 다날 인프라 구축

업계 준비하기엔 시기상조…정책 확정돼야 돌입 단계 가능할 것

오픈AI '달리(DALL-E)'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 [자료=DALL-E]

최근 정치권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원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아이티센글로벌 등 주요 핀테크와 IT 기업들의 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비은행권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이들 기업이 실제 원화코인 발행 주체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탄탄한 자본력과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폭넓은 결제·금융 인프라로, 가장 유력한 원화코인 발행 주체로 꼽힌다.

기존 QR·바코드 결제 시스템에 코인 결제 기능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고, 카카오페이증권과 연계한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구축 가능성도 기대된다. 이에 실제로 원화코인 발행에 관한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기대감에 반영돼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 중국 앤트그룹 지분이 외국 자본 규제나 사업 구조 재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이에 JP모건도 최근 보고서에서 "카카오페이를 스테이블코인 정책 수혜주로 단정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진단한 바 있다.

같은 주요 핀테크 기업인 네이버페이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전자상거래와 결제가 통합된 플랫폼을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아울러 최근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와 함께 웹3 지갑 공동 개발에 나서며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결제망 확장성 측면에서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페이는 관련 결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오프라인 가맹점 확대 속도는 주요 경쟁사 대비 다소 약하다"고 분석했다.

아이티센글로벌은 상장사 중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장기간 준비해온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이티센글로벌은 금과 연동된 GPC(Gold Pegged Coin)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발 중이며, 향후 원화 연동형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추진할 계획이다.

계열사인 아이티센피엔에스는 양자내성암호(PQC)를 적용한 전자지갑 '엣지큐월렛'을 개발하며 수탁 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 부산디지털거래소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어 유통망 확보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금을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 부분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날도 온·오프라인 가맹점망을 보유해 발행사 후보로 꼽힌다. 다날은 자체 발행하는 페이코인(PCI)을 활용한 결제 테스트로 실사용 경험을 쌓았으며, 지난 4월에는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페이코인 마스터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이용자의 PCI를 자동으로 USDC로 전환해 전 세계 마스터카드 가맹점에서 곧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날은 이 인프라가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다날은 과거 전자금융업 라이선스 해석과 가상자산사업자 등록 과정에서 빚어진 규제 충돌을 겪었던 만큼 향후 구체적인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 확장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렇듯 최근 원화코인 발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인 정부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섣불리 사업 준비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정책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어떤 기업도 본격적인 발행 준비 단계에 들어가기는 이를 것"이라며 "정확한 정책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