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G7 정상회의 이후 7년 만에 캐나다를 다시 찾게 된 가운데, 재집권 후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를 갖는다. 특히 최근 글로벌 무역갈등과 중동 정세 불안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 등 전 세계적으로 중대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주요 서방국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트럼프식 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는 당초 △국제무역 △우크라이나 지원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등이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란 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무역 이슈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G6 정상들 간 충돌 가능성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회의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두고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거래가 있기를 희망하지만 때로는 싸워서 해결한다"며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즉각적인 긴장 완화를 강조한 다수 정상들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에 대해, 그들이(G7) 공동의 목적 의식을 보여줄 수 있을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도 다른 서방 국가들과 의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주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이 매우 잘 아는 이란에 관해 얘기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훨씬 적은 시간을 썼으며, 그 이야기는 다음 주로 미뤘다"고 밝혔다. 여기서 ‘다음 주’는 24~25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우선시하며 미국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문제는 여전히 미국과의 어려운 논의 대상이지만, G7 파트너들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압박을 위해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G7 회원국들의 입장이 가장 엇갈리는 것은 무엇보다 무역 및 방위비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로 전 세계가 관세 전쟁에 휘말린 가운데 상호관세 유예 시한(7월 8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미국이 각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를 비롯, 주요 우방국들에 방위비 인상을 촉구하고 있어 미국과 우방국들 간 관계가 불편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제외한 G6(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정상들과 '관세 폭탄'을 놓고 정면 충돌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러한 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개최국 캐나다는 공동성명 채택을 생략하고 주제별 개별 문서를 통해 성과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의 외교정책 고문을 역임했던 롤랑 파리스 오타와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도널드 트럼프가 전체회의를 망칠 만한 돌발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이번 회의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이상이 이뤄진다면 그건 덤일 뿐"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캐나다, 멕시코, 우크라이나 등과 양자 회담을 갖기로 한 가운데 각국 간 개별적인 협상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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