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눈치보는 나토…정상회의 초점은 '트럼프 만족시키기'

  • 트럼프 압박에 'GDP 5%' 구색 갖추기 나선 나토

  • 군사비 5% 지출 현실성 의문 제기하는 목소리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첫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이란·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까지 불안해진 가운데 미국의 나토 기여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 속 유럽 정상들의 ‘트럼프 만족시키기’ 전략이 사실상 회의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회의의 핵심 의제는 새로운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32개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관련 비용 1.5%, 총 5%를 지출하자는 새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달성 시점은 2032년 혹은 2035년이 거론된다.
 
범주가 모호한 안보 관련 비용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GDP 5%’ 요구안에 맞추기 위해 고안됐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를 GDP 대비 5%까지 증액하지 않으면 집단방위조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의 제레미 샤피로 연구원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뤼터 사무총장 계획이 영리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랑할 만한 것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비 5% 지출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19일 뤼터 사무총장에게 GDP 5% 목표가 불합리하다면서 스페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기준 국방비가 GDP의 1.24%로 가장 낮다.
 
산체스 총리와 같은 정당 소속인 호세프 보렐 전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GDP 5%는 트럼프를 만족시키기 위한 자의적 목표”라며 스페인의 반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낮은 이탈리아,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등도 5%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새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형식적 합의’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성향을 감안해 회의 일정도 이례적으로 단축됐다.
 
본회의는 단 한 차례, 2시간 반 일정으로만 열린다. 지난해까지는 본회의가 2~3차례 열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본회의 외에 32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공식 행사는 24일 네덜란드의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주최하는 부부 동반 환영만찬이다. 나머지는 부대 행사로 일정을 채웠다.
 
또 공동성명도 A4 한 장 분량, 다섯 문단 수준으로 축소될 예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의견 충돌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초청받았지만 24일 환영만찬만 참석한다. 작년까지 정상급으로 열렸던 ‘나토-우크라이나 이사회’는 올해 장관급으로 격하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G7에서 무산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나토는 올해도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을 초청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회의 참석이 확정될 경우 퍼블릭 포럼과 환영만찬 등 주요 행사에 동석할 예정이다. G7 회의에서 무산됐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양자 회담 성사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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