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국제 유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급등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최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어 관련 ETF의 상승 여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유에 투자하는 'KODEX WTI원유선물'은 한 달 사이 25.6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ETF의 지난달(4월 23일~5월 23일) 수익률이 마이너스(-) 5.24%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한 달 만에 30.88%포인트나 반등한 셈이다.
이 기간 'TIGER 원유선물Enhanced'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해당 ETF는 지난 달 -5.24%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달 24.08%의 성과를 거뒀다. 이 외에도 'RISE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15.23%), 'KIWOOM 미국원유에너지기업'(10.04%) 등이 지난 달 대비 수익 폭을 2배 이상 키웠다.
원유 ETF의 상승세는 중동 리스크가 커지는 것과 맞물려 있다. 특히 지난 22일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타격한 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맞대응하면서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당장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선물(WTI) 가격은 22일(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78.4달러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돌파했다. 이후 한국시간 오후 3시 55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해 74.9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한 달 사이 21.79% 오른 수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글로벌 벤치마크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5.7% 급등해 81.4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한국시간 오후 3시 55분 기준 78.11달러로 오름폭을 줄였지만 한달 새 20.58% 상승했다.
그동안 국제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이란 등 글로벌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 속 요동쳤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엔 특히 미국의 개입으로 이란의 추가 돌발 가능성과 원유 공급망의 실제 봉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유가는 더욱 높게 형성될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80~85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80달러를 초과할 경우 물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된다"며 "주식시장은 에너지, 방산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술주, 소비재 등은 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말 이란이 석유 수출 체제에 대한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 안팎까지 오르기도 했다.
JP모건은 "최악의 경우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보복을 유발하며 중동 전역의 원유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고 봤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과 같은 무분별한 봉쇄 조치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행되면 유가가 120달러를 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