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되풀이되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자재 수급 루트 다각화 등 장기적 대응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란·이스라엘 분쟁에 따라 전날 오후부터 중동 지역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비상대응반 가동에 들어갔다. 중동 일대 정세가 해외 수주와 건설시장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날 이란과 이스라엘 간 휴전 발효가 가시화되면서 일단 확전 고비는 넘겼지만 국토부는 해외건설협회 등 유관기관과 중동 일대 수주 상황, 국제 유가 등을 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核)합의 이슈와 중동 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일대 교역망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건설업체들은 되풀이되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 대응 체계 수립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날 유관 부서와 긴급 회의를 열고 유사시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루트를 재확인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 가운데 20~30%가 지나는 곳으로 중동 일대에서 핵심 교역망으로 꼽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확보 가능한 새로운 대안 루트를 늘리고 실시간으로 현지와 소통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중동 정세를 예의 주시하며 공사 지연과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회 루트 유지 등 여러 대응책을 재점검하고 있다.
향후 고유가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수주 확대 전략 등도 다시 검토하고 있다. 분쟁 지속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장기적으로는 중동 국가들이 유가로 인한 수익으로 인프라 등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추가 유전 및 가스전 등 해양플랜트 수요 증가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고유가 기조가 이어진 2023년부터 중동 국가들이 인프라 발주를 크게 늘리면서 2023년 1분기에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건설 수주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5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플랜트 중심 건설업체나 중동 지역에 진출한 업체는 중동 리스크로 단기간 수주 물량 감소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유가 기조가 이어진다는 전제에서 해외 수주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과거 사례를 참고해 장기적인 영향과 전망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업계에 미칠 부담이 상당하지만 반대로 국내 업체 수급 안전망이 담보된다는 전제하에 수주가 확대되는 등 플러스적인 요소도 있어 장기적 영향에 대한 대응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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