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사진=AP·연합뉴스]
독일과 영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그동안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안보 무임승차’ 논리를 강하게 제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일단 일정 부분 성과를 내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는 안보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하기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호의를 베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러시아가 유럽-대서양 지역 전체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재무부는 국방비를 지난해 520억유로(82조원)에서 올해 624억유로(98조4000억원), 2029년 1529억유로(240조9000억원)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된 중기 재정계획을 이날 내각회의에 제출하기로 했다.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올해 2.4%에서 2029년 3.5%로 늘게 된다. 이는 직접 군사비 3.5%, 안보 관련 간접비용 1.5%를 합쳐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나토의 새 목표치를 6년 앞당긴 것이다.
영국은 국방비를 새로운 나토 계산법(직접 군사비+안보 관련 간접비용)에 따라 2035년에 5%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3일 성명에서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응해 나토에 대한 헌신을 심화하고 국가의 광범위한 안보 및 회복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영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2.3%였다. 스타머 총리는 앞서 유럽 자력 방위 강화 추세에 맞춰 이를 2027년 4월까지 2.5%, 차기 의회에서는 3%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장소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집단방위 의무를 명시한 나토 조약 5조를 지키겠냐는 질문에 확답을 피하면서도 “난 나토의 친구가 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에게서 받은 나토 회원국의 GDP 대비 5% 국방비 지출 약속 문자를 공개한 뒤 이에 반발한 스페인에 대해서는 “그것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매우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에 합의했지만, 스페인은 예외를 주장했다.
다만 영국에서는 기존에 발표한 복지 삭감 정책 추진도 집권 노동당 반발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장애인과 장기질환자를 위한 복지 수당인 개인자립지원금(PIP)과 보편 크레디트(UC) 수령 요건을 강화하는 복지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는 취약 계층의 빈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노동시장 영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