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ETF 시장 최강자인 삼성자산운용이 체면을 구기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흥행한 '버퍼 ETF'를 국내에 들여와 첫선을 보였지만, 흥행 성적이 초라해서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버퍼 ETF의 성격이 최근 증시 활황에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상품 구조가 복잡해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상장된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 ETF에 지난 세 달 동안(3월25일~6월25일) 개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금액은 약 87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수세가 몰린 KODEX 200 ETF(2967억원),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1763억원)와 비교해 현격하게 적은 규모다. 해당 ETF의 후속 상품으로 지난 24일 상장한 KODEX 미국S&P500버퍼6월액티브 ETF는 상장 후 이틀 동안 1억원 남짓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버퍼 ETF는 미국 시장에서 흥행한 상품으로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펀드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업계에서는 마케팅 포인트가 부족한 상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버퍼 ETF는 상품 구조가 복잡한데 투자자들에게 이 부분을 만회할 만한 투자 매력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버퍼 ETF는 옵션 전략을 활용해 기초지수 수익 상단을 제한하는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하방을 막아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1년 옵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을 때에는 상품의 수익성을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옵션의 만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옵션 가격이 계속해서 변동하는 비정형적인 성격 탓이다. 배당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이 확연했던 커버드콜 ETF와 다른 이유다. 환헤지가 되지 않아 환율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점도 단점이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주식형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도 버퍼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아진 배경이다.
3월 버퍼ETF에서 1000억원이던 신탁원본액이 6월 버퍼ETF에서는 500억원으로 줄어든 데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TF의 신탁원본액은 상품 설정 시점의 원본 금액을 의미한다. 통상 거래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싶은 상품일 때 신탁원본액을 높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은퇴 후 소득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 안정성을 강화한 버퍼 ETF는 장점이 뚜렷한 상품"이라며 "첫 상품 출시 후 시간을 두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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