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원화 스테이블코인 물결…한은 CBDC 프로젝트 결국 잠정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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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물결 아래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이 결국 잠정 중단됐다. 한은은 새 정부 조직이 자리잡을 때까지 내부적으로 디지털화폐 관련 입장과 일정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6일 CBDC 실거래 1차 실험(한강 프로젝트) 참여 은행들과 비대면 회의에서 2차 실험 논의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CBDC 실거래 실험은 한은이 '기관용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면 실험 참여 은행은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예금 토큰'을 발행·유통해 금융소비자가 이를 결제 등에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 프로젝트다.

한은은 7개 은행과 지난 4월 금융소비자 10만명을 대상으로 1차 실험을 진행 중이며 30일 마무리할 예정이다. 1차 실험을 토대로 개인 간 송금, 결제 가맹처 확대, 인증방식 간편화 등을 반영해 연말께 2차 후속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2차 실험이 무산된 것이다.

한은의 CBDC 사업이 멈춰선 가장 큰 이유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은행권과의 의견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을 디지털 자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면서 여당은 비은행까지 허용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권은 2차 실험에 앞서 한은에 CBDC에 대한 뚜렷한 장기 로드맵을 요구했다. 2차 실험에선 의심거래보고제도(STR)·이상거래감지시스템(FDS) 등 정책 요건과 추가 전산 개발, 사업 예산 집행 등으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공존 가능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정기획위원회도 지난 27일 한은 업무보고에서 "은행부터 점진적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자는 이야기는 사실상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규제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업계와 소통해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기류에 은행권은 CBDC에는 거리를 두는 동시에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자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동시에 다양한 비은행 업체들과도 접촉하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요 금융지주사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몸 담았던 국내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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