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 회장이 29일 취임 7주년을 맞았다. 그룹 안팎에선 그간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사업 전략과 향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결실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는 트럼프 관세 정책과 중국의 추격, 중동 리스크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공존한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에 주력해 왔다. 특히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초강수를 뒀다. 취임 직후인 2019년, 구 회장은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과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을 정리했다. 2020년에는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정리 매각했다. 가장 큰 결단은 2021년 7월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를 철수한 사례다. 그간 유지해 온 사후관리(AS) 서비스도 올 상반기를 끝으로 마무리하면서 LG는 모바일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구조조정으로 얻은 여력은 새로운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분야의 투자로 이어졌다. AI·로봇의 일상화, 신약과 헬스케어 중심의 바이오 강화, 탄소 저감과 자원 순환의 클린테크 혁신 등이 핵심 축이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LG가 없으면 안 될 미래를 만들자"며 고객 중심 가치를 지속 강조하고 있다.
올해 LG전자는 10여 년간 이어온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대폭 축소키로 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 심화에 따른 대응으로, 앞으로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B2B 거래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관련 ES사업본부를 신설해 HVAC 사업을 기존의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새로운 조직 체제를 갖추기도 했다.
시장에선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LG화학의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진행 중인 여수 NCC 2공장, 에스테틱 사업 매각 등을 매듭지어야 리밸런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첫 외부 CEO로 발탁돼 장기 재직 중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운명도 리밸런싱 성과에 따라 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LG그룹은 올해도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투자 프로젝트 재점검에 나서면서 리밸런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초 매년 실시되던 전략보고회를 생략하고 그룹 차원의 투자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사장단 회의에서 구광모 회장은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가전, 디스플레이는 물론 석유화학 부문까지 전 계열사 산업이 위협받는 형태"라며 "구 회장이 점찍은 배터리 사업 역시 불확실성이 큰 만큼, 그간 보여왔던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더욱 강하고 빠르게 실행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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