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향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를 폐기하고, 김정은 정권과의 핵 동결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NYT의 칼럼니스트 W.J. 헤니건은 29일(현지시간) 자 신문에 기고한 ‘미국은 북한에 이란에 했던 일을 똑같이 할 수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은 비핵화라는 낡은 요구 조건이 외교 재개의 걸림돌이 되도록 방치할 여유가 없다”며 “북한의 급속한 핵 프로그램 확대를 동결하는 대신 경제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외교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정책 전환은 북한 핵무기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촉발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접근 방식을 바꾸는 것이 점점 커지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헤니건은 “미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미군은 이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작전 훈련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외교적 사실로 인정하는 일은 분명 어렵지만, 긴장을 완화하고 불필요한 전쟁을 피하며 수백 개의 신규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가 수집한 위성사진 자료 등을 토대로 북핵 시설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이 28개 지역에 분산돼 있고 지하에도 추가 시설이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히 해체될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며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이끌어내는 것이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억제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헤니건은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미 대통령들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제에 얽매여 북한의 핵 개발을 억제할 기회를 놓쳐왔다며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광기의 정의라면, 워싱턴의 대북 접근법은 분명 그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출범 전후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언급한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내놓았지만, 그의 행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식적인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미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북한 비핵화 목표를 과감히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 역시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한 글에서 “미국 우선주의 대북 정책은 다른 어떤 미국 대통령도 제안하지 않을 과감하고 획기적인 조치, 즉 양보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포기를 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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