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5월 미국 내 합산 시장점유율 11%를 기록해 전년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관세 부과(4월) 전 구매 수요가 몰린 데다 미국 내 재고를 선제적으로 축적한 영향이다. 상반기 중 미국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비관세 재고'가 소진되면서 본격적으로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한 가격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판매량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미 포드와 도요타·스바루·미쓰비시 등은 미국 판매가를 인상했거나 올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가동되며 미국 현지에서 연 12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으나, 미국 전체 판매량 중 한국에서 보내는 수출 물량이 절반을 넘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의 2분기·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3조6397억원, 2조948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17.7%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기아 역시 3조1604억원과 2조6486억원으로 13.3%, 8.1% 감소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자동차 품목 관세가 인하될 것을 기대했다. 지난달 영국이 연 10만대 쿼터에 한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0%로 낮춘 게 벤치마크가 됐다. 다만 영국은 대미 무역적자를 기록 중인데 반해 한·일 양국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무역흑자를 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와 더불어 친환경차 등 미래 고부가가치 모빌리티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활로 찾기에 나선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외에도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등 친환경차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현대차가 최근 발간한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EREV의 경우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총 11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한다. EREV는 전기차처럼 모터로 동력을 만들면서도 배터리가 부족할 때 엔진을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형태의 차종이다. 전기차보다 훨씬 긴 1000㎞ 이상의 주행거리가 가장 큰 특징이다. 현대차가 EREV의 판매량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달성 시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오는 2030년 하이브리드차와 PHEV의 판매량 비중을 23.5%까지 확대할 예정인데, 지난해 지속경영보고서에서 언급한 16% 대비 대폭 늘어난 비율이다. 고부가 차량 비중이 예상처럼 늘어난다면 관세 리스크에도 수익성 방어에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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