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무역 긴장을 완화하는, 이른바 '제네바 합의'에 서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게 해오던 반도체 기술 등 수출 제한 조치 등을 완화하고 중국도 미국에게 희토류 수출 통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 90일간 양국이 서로에 대한 관세를 115%포인트씩 인하하고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따라 새롭게 도입한 비관세 조치를 해제하기로 하고,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체류도 허용키로 했다.
반면 동맹국인 우리나라의 중국 내 공장에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제한 조처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대만 TSMC 등 동맹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인증 철회 가능성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들어가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일일이 체크하고 허가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사 반도체 생산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이 같은 압박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 몰려있는 주요 글로벌 반도체 3사의 공장을 장기적으로 미국으로 옮기도록 유도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와 관련, 러트닉 상무장관은 "선두 10개 합의(Top 10 deals)를 하고, 그것들을 범주화해 다른 나라들이 그에 맞추게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10개 국가가 어느 나라인지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우리나라도 관세 유예 연장 대상국에 포함되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인 반면 한국 등 동맹국에는 타격이 불가피한 조처를 우선 던져놓고 불확실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미국발 무역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미국의 예측할 수 없는 태도에 고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양쯔메모리(YMTC), 창신메모리(CXMT) 등이 빠르게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나가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한국 압박은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희토류와 반도체 장비를 맞바꾼 합의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결국 중국만 좋은 일을 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무역 리스크가 극대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해외 투자 등 장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