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틀 연속 특검 출석을 거부한 데 따른 조치다.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는 31일부터 이틀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이날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연 정례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은 어제와 오늘 연속으로 특검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오늘 오후 2시 12분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소환 불응 외에도 출석 지연에 따른 수사 차질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종합 판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강제 구인이 가능하지만, 특검은 집행 방식과 시점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는 특검 수사 개시 이후 처음이며, 향후 기소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검은 또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명태균씨를 31일과 8월 1일 이틀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밝혔다. 명씨는 김 여사의 사적 인연과 2022년 보궐선거 공천 과정 개입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다. 특검은 명씨가 출석 의사를 밝혀 조사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국회 사무실을 재차 압수수색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관련 디지털 자료를 추가 확보했다. 이날 특검은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도 피의자 신분으로 3차 소환 조사했다. 특검팀은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추가 소환할지, 바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사용한 비화폰 통신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의 비화폰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고,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주요 당사자 21명의 통신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특히 2023년 7월 31일 이른바 ‘VIP 격노’ 회의 전후 시기의 비화폰 수발신 내역을 집중 분석할 방침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군사보좌관이었던 박진희 현 육군 소장은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이틀 만에 다시 출석했다. 박 소장은 수사 외압 정황이 불거졌던 2023년 7~8월 핵심 인물들과 빈번히 연락을 주고받은 인물로,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혐의자 축소 지침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도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회의에서 격노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참석자 중 김태효 전 차장, 이충면·왕윤종 전 비서관 등도 모두 ‘VIP 격노’를 인정하고 있어, 특검은 관련 진술을 바탕으로 당시 보고라인인 임기훈 전 비서관 등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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