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불법 사설서버를 멈춰야 하는 이유

  • 이동규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이동규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이동규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도 ‘○○서버 오픈’, ‘접속기 설치’ 같은 문구가 보인다. 빠르게 레벨이 오르고, 희귀 아이템도 잘 준다며 유혹한다. 그러나 그 유혹은 짧고 대가는 길다. 불법 사설서버는 게임사 허락 없이 정식 게임을 복제·변경해 별도로 운영하는 서버다. 접속기(런처)라는 프로그램으로 정식 인증과 결제를 건너뛰게 만드는 순간, 기본 규칙이 무너진다.

피해는 사회 전반으로 번진다. 사설서버의 과도한 보상에 익숙해진 이용자는 정식 서버로 돌아오지 않는다. 개발사는 수익과 투자 여력을 잃는다. 본인인증이 빠진 환경에서는 청소년이 ‘청불’ 게임과 도박성 미니게임에 쉽게 노출된다. 출처가 불분명한 접속기·패치 파일은 악성코드의 통로가 되고, 비인가 결제와 가상자산 ‘후원’은 사기나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 합법적 ‘모드’ 문화와 달리, 인증을 우회해 비공식 서버로 몰아넣는 행위는 창작이 아니라 편법이자 불법이다.

대응 방향은 복잡하지 않다.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사설서버는 시즌제처럼 잠깐 열고 닫으며 단속을 피한다. 발견하면 24시간 안에 도메인·호스팅·SNS 노출·결제·가상자산 통로를 동시에 차단해야 효과가 난다. 부처와 기관이 따로 움직이는 사이 서버는 이미 간판만 바꿔 다시 나타난다. 표준 서식과 공통 체크리스트로 ‘한 번에’ 조치하는 절차를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

돈줄을 끊는 장치도 필수다. 광고 플랫폼, 결제사, 가상자산 사업자와 자율협약을 맺어 의심 사이트에는 광고·결제·지갑을 막게 하자. 위반 시 즉시 제한하는 상시 협력라인을 열어야 한다. 도메인 생태계에는 레지스트리·레지스트라와 ‘신뢰통지자(Trusted Notifier)’ 제도를 도입해 반복 침해 도메인의 등록·유지를 신속히 중단하도록 하자.

재등장을 막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이름만 바꿔 되살아나는 미러·대체 도메인을 함께 묶어 차단하는 동적(site-blocking) 차단을 법으로 마련하자. 긴급 상황에서는 규제기관이 임시로 차단하고, 곧바로 사후 법원 심사로 적법성을 담보하는 방식을 병행할 수 있다. 두더지잡기식 소모전을 끝내려면 기술과 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투명성은 신뢰의 조건이다. 차단과 해제 건수, 처리 기간, 오류율, 청소년 보호 성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자. 운영자나 선의의 이용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온라인 이의신청 창구를 상시로 열고, 72시간 안에 1차 답변을 주는 기준을 세우자. 차단·해제·동결 등 강한 권한을 직접 행사하거나, 그 집행을 요구·중개하는 기관 및 사업자에게 권한을 준 만큼 책임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

수사와 집행은 협업 기반의 성과로 보상하자. 접속기와 우회 사실을 패킷·로그·파일 원본으로 입증하고, 동시에 도메인·호스팅·SNS·결제·지갑을 함께 누르는 동시 타격이 기본이다. 법원과 미리 협의해 영장과 보존명령 서식을 표준화하고, 게임사는 코드서명·인증 로그·피해 추정치를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 처벌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 접속기 유포·무단 운영·사행성이 결합된 경우 가중 처벌을 검토하고, 피해액 산정이 어려운 사건에는 법정손해배상과 부당이득 환수로 빈틈을 메워야 한다. 현장의 동력을 위해 24시간 내 차단율, 30·60·90일 재등장 억제율, 동결·환수액, 청소년 보호 건수 같은 성과지표를 도입하고, 잘한 부처와 부서, 담당자를 공동의 성과로 보상하자.

책임은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플랫폼·도메인·호스팅·SNS·결제·가상자산 사업자는 회색지대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게임사는 서버 인증 강화, 무결성 검증, 신고 버튼 기본 탑재, 워터마킹 등 선제적 방어에 투자해야 한다. 시민과 부모는 접속기 설치를 거부하고, 의심되면 화면을 캡처해 신고하는 습관을 갖자. 온라인 교육을 통해 불법 사설서버 감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불법 신고를 하면 보상하는 체계도 마련하자.

불법 사설서버를 그대로 두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청소년의 안전망이 뚫리며, 디지털 질서가 훼손된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하다. 하루 안에 끊고, 돈줄을 막고, 다시 못 나오게 하고, 과정을 공개하면 된다.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의지, 제안이 아니라 실행이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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