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공모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과 증시 회복세가 맞물리며 올 하반기 상장된 신규 종목 다수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성적을 거두며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8월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13개 기업 중 9개 종목이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모시장 부진과 비교하면 반전된 흐름이다.
신규 상장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은 24.0%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코스피 19.5%, 코스닥 10.1% 등의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는 새 정부의 시장 안정화 정책과 금리 인하 기대감, 기업들의 실적 회복세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13개 종목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낸 종목은 대한조선이다.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던 이 회사는 공모가 5만원에서 상장 첫날 8만7500원까지 급등하며 76.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275.1대 1, 참여 기관은 2106곳에 달했다. 일반 청약에서도 238.1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약 17조8608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실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조선업 회복 기대감과 함께 ESG 기반의 친환경 선박 설계 역량, LNG선 수주 확대 등 실적 개선 모멘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조선은 상장 직후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신규 상장 우량 종목’에 포함되며 탄탄한 입지를 예고했다.
대한조선에 이어 싸이닉솔루션(66.1%), 지투지바이오(61.7%), 아이티켈(59.0%), 뉴엔AI(52.7%), 키스트론(50.6%)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코스닥 상장사이며, 바이오·AI·정밀부품 등 성장 산업에 속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키스트론, 지에프씨생명과학, 뉴엔AI는 상장 첫날 '따블'(공모가의 2배 이상) 기록을 세우며 단기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공모주 시장의 호조는 금융당국이 지난 7월부터 시행한 IPO 제도 개선안 이후 나타난 흐름이어서 주목된다. 제도 개선안은 단기 매매를 억제하고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를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하고, 확약 미달 시 주관사가 전체 공모 물량의 1%를 매입해 6개월간 보유토록 규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IPO 제도 개선 이후 신규 상장을 위한 증권 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이 아직까지 없어 IPO 시장 훈풍이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개선안이 공모주 수급을 일부 제한하면서 상장 후 주가 안정성과 상승 여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IPO 시장의 활기가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더핑크퐁컴퍼니, 명인제약, 무신사, 케이뱅크 등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 예비심사 또는 청약 일정을 조율 중이며, 일부는 10월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상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약 90개로 예상, 2021년(89개)을 넘어설 것”이라며 “총 공모금액도 9조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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