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효과 없다" 세계 석학들 경고…서울 디딤돌소득 기초생활 대체 가능

  • 세계경제학자대회 셋째날 '기본소득' 논의 활활

  • "무조건 현금살포했더니 노동 줄고, 여가 즐겼다"

  • 이정민 서울대 교수 등 서울 디딤돌소득 연구 결과

  • "디딤돌소득,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체 수준이지만

  • …기본소득은 너무 작아 빈곤 해소 효과 거의 없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20일 사진서민지 기자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20일 오전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셋째날 행사에서 '서울 디딤돌소득' 분석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저소득 가구에 월소득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대체할 정도로 빈곤 해소 효과가 있지만, 기본소득은 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심지어 저소득층에 기본소득을 제공할 경우 노동시장 참여율이 소폭 감소하는 대신 여가 시간이 대폭 늘어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다만 일부 저소득층 맞춤형 보조금 제도 역시 저소득층의 노동 참여율이 줄어들어 노동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14%나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 성장과 균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서울 디딤돌소득, '기본소득'보다 효과적이지만···"중위소득 50%수준 좁혀야"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오전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셋째날 행사에서 '서울 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의 단기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서울 디딤돌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재산 3억2600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 일정분을 채워주는 제도다. 정부가 자격 요건 없이 개인에게 반복적으로 지급하는 재정적 지원인 '보편적 기본소득'과 반대되는 '저소득층 맞춤형 보조금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 지원을 받은 가구의 총소득과 소비 지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식품(+5%포인트), 의료(+3%포인트) 등 생필품에서 지출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러나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고용률은 약 10~12%포인트 감소한 데다 노동소득도 줄었다. 소득 지원이 정신 건강 개선 효과로 이어져 사회적 안전망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는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정신건강이 조금 개선되는 효과가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는 소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디딤돌소득 프로젝트를 전국적으로 확장해 적용한 결과 불평등의 경우 지니계수가 0.30에서 0.26으로 크게 개선됐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완전히 대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불평등 해소 효과는 비슷했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대체하지 못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층의 최저생활 보장을 위해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를 지원하는 제도다. 2025년 기준 중위소득(4인 가구 609만7773원/월)의 32~50% 이하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해야 수급자로 선정된다.

이 교수는 "기본소득은 널리 퍼뜨리긴 하지만 너무 얇게 퍼져서 빈곤 해소 효과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을 고정하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아주 작은 금액만 줄 수 있다"며 "금액이 너무 작아서 빈곤을 없애는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 디딤돌소득 제도도 GDP는 14% 감소했다. 노동생산성과 자본생산성이 8%, 33%나 떨어지면서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든 것이다. 연구팀은 현 중위소득 85% 이하인 서울 디딤돌소득 지원 기준을 중위소득 50% 수준까지 낮추면 GDP가 6~7% 감소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서울 디딤돌소득 사업은는 빈곤 퇴치에 훨씬 효과적이지만 GDP 축소라는 대가가 따른다"며 "빈곤 완화와 복지 효과는 분명하지만 노동시장 위축이라는 대가가 확인된 만큼 경제성장과의 균형이 정책적 과제"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경제 성장은 지속하면서도 저소득층 빈곤을 완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 도출을 위해 시뮬레이션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저소득층 조건없이 매달 1000달러 줬더니…일 안하고 여가 즐겼다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지적됐다. 에바 비발트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미국 두개 주(州)에서 저소득층 1000명에게 3년 동안 매달 조건 없이 1000달러를 지급하고, 대조군 2000명에게는 매달 50달러만 지급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실험 대상 저소득층의 총소득은 대조군 대비 연간 약 2000달러 감소했고, 노동시장 참여율은 3.9%포인트 낮아졌다. 이들은 주당 근로 시간을 1~2시간씩 줄였고, 그 배우자도 비슷한 수준으로 근로 시간을 단축했다.

대신 여가 시간을 대폭 늘린 점이 두드러졌다. 고용의 질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고, 교육 투자나 삶의 질 개선 효과도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노동 공급 감소 효과를 확인했지만, 다른 생산적 활동으로 대체되는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본소득이 노동 공급에 미치는 영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임란 라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 등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에서 이뤄진 현금 지원 사업을 연구한 논문을 소개했다. 현지 농촌 1만5000가구에 620달러 상당의 일회성 자산이나 동일 규모의 조건 없는 현금을 제공한 뒤 주민들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수혜 가구는 경제적 이익을 얻고 마을 내 불평등도 줄었으나, 주민들의 인식 변화는 크지 않았고, 재분배에 대한 태도나 정치적 성향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빈곤 완화 정책이 경제 현실을 바꿀 수 있지만, 사회적 인식 전환은 더딜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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