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압박은 계속 주저하면서 본인이 더 강하다고 생각되는 유럽,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러·우 전쟁 종식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 3명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 전직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 자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며 "러시아를 평화 회담에 참여시키려면 (압박이 아니라) 회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무기·정보 지원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으므로, 합의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할 지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에 "침략국을 공격하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해당 글을 두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무기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폴리티코의 분석을 통하면 완전 다른 해석이 된다.
미국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의 글이 "당장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어려운 우크라이나가 현재 종전 협상에서 주도권이 없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이런 처지를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종전을 위해 러시아가 요구하는 평화협상 조건을 우크라이나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이 관계자는 분석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도입도 꺼리는 상황이다. 이 매체는 경제제재로는 푸틴 대통령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의 3자회담 성사 가능성도 사라지는 상황이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3자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고된 일(grind)이라는 점을 점점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우크라이나 정상들의 회담을 계기로 추진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안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유럽·우크라이나가 현재 논의 중인 안전보장안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배제하되,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집단방위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NATO 회원국의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고, 미군이 이 연합군의 지휘 통제를 맡는 방안이 한 가지 선택지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NBC 인터뷰에서 "(안전보장안은) 러시아 없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없이 논의된 안전보장안이 협상 조건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러·우 정상회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준비가 완료되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며 "현재 정상회담 의제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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