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저녁 한국에 도착한 빌 게이츠 이사장은 22일 출국할 때까지 짧은 방한 일정 속에서도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SK측 인사들과 세 차례나 만날 만큼 긴밀한 관계를 보였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 2020년 팬데믹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SK그룹의 백신 생산 능력을 강조했으며, 2022년에도 최 회장을 만나 백신 분야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방한 때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 시에도 게이츠 이사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K-바이오가 경이롭다고 극찬한 바 있다. 양측의 '밀월' 배경에는 사업 능력 외에도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2022년 방한 당시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경영에 대해 설명을 듣고 깊이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민간기업 SK가 사회적 가치를 꾸준히 추진하거나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왔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최 회장과 SK그룹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와 DBL 경영, 신기업가 정신 등에는 깊은 공감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경영자인 게이츠 이사장이나 최 회장 모두 '성과 측정'을 중요시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게이츠 재단은 단순 기부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계량화된 성과에 기반해 '투자형 자선(venture philanthropy)'을 실천하고 있다.
최 회장 역시 2013년 다보스 포럼에서 '사회적가치 측정과 그에 따른 보상'을 최초로 제안했으며 SK그룹은 2018년부터 매년 각 계열사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계량화해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공감대를 토대로 게이츠 재단과 SK그룹은 활발한 협업을 진행했다. 지난 2013년 게이츠 재단은 SK케미칼(현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장티푸스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이후 로타바이러스 등으로 협력을 확대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국제기구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게이츠 재단 지원을 받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한 바 있다.
게이츠 재단은 앞으로도 280조 달러를 질병 퇴치에 쏟을 예정이다. 현재 연간 500만명 수준인 아동 사망자 숫자를 200만명으로 줄이려는 재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재단은 사회적 가치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와 백신 개발·생산에 대한 협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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