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동구에 있는 올리브영N 성수 2층 '컬러 메이크업' 공간에서 소비자들이 색조 브랜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미국이 이달 29일부터 800달러(111만원) 이하 소액 소포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K뷰티 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그간 역직구(외국 거주자의 국내 상품 인터넷 직접구매) 증가세를 발판 삼아 해외 매출을 늘려왔으나 이번 조치로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져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관세가 부과되는 800달러 이하 소포에는 화장품 비중이 높다. 역직구는 대부분 민간 특송 서비스로 이뤄지고, 관세(15%)는 받는 사람이 부담한다. 사실상 현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까지 증가세를 이어온 K뷰티 역직구 흐름이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올해 2분기 화장품의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40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다.
이에 K뷰티 대표 기업은 즉각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직구몰 '글로벌 아모레몰'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은 프로모션과 판촉물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춰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섰다. 올리브영도 할인전을 진행해 소액 소포 면세 폐지의 초기 충격을 완화할 계획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글로벌 세일을 진행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미국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 세우는 이유는 매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올리브영 글로벌몰 매출 중 상당 부분이 북미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아모레몰 역시 방문객 10명 중 7명(70%) 이상이 미국 소비자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패션·식품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13개 지역에서 패션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는 무신사는 소비자 반응을 지켜보며 대응할 방침이다. 최근 한국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배송하는 ‘컬리 USA’ 서비스를 사전 운영 중인 컬리도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해외에서 역직구 고객이 많은 G마켓(지마켓)도 상황을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미국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한 국내 기업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지원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금액은 1조47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국 비중은 2838억원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7164억원), 일본(3258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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