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산, 할아버지, 침묵…'돌'이 삶에 들어앉았다

  • 갈라 포라스-김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

  • 국제갤러리서 10월 26일까지

갈라 포라스-김b 1984
〈15 Rocks from outer space〉
2025
Colored pencil and Flashe on paper
1829 x 228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Gala Porras-Kim Studio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갈라 포라스-김(b. 1984) 〈15 Rocks from outer space〉 2025 Colored pencil and Flashe on paper 182.9 x 228.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Gala Porras-Kim Studio, 국제갤러리]


우리 집, 할아버지, 삶, 자연, 그리고 침묵…
 
누군가는 돌에서 꽃과 산을 보고 자연의 섭리를 읽어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돌을 바라보다가 외할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렸고,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찾았다. 발에 치여 데굴데굴 굴렀던 돌은 할아버지의 눈에 들어, 그렇게 누군가의 삶 속에 들어앉았다.
 
국제갤러리의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Conditions for holding a natural form)>에서는 땅에서 받침대로 자리를 옮긴 돌들, 즉 ‘수석(壽石 혹은 水石)’들을 볼 수 있다.
 
갈라 포라스-김은 2일 열린 개인전 기자간담회에서 “제 나름의 기준으로 돌 컬렉션을 만들었다”며 “외계에서 온 돌, 산처럼 생긴 돌, 동물처럼 생긴 돌 등 저만의 기준이다”라고 말했다.
 
소장품 문화를 탐구해 온 갈라 포라스-김은 인간이 자연물에 부여하는 인위적인 분류 기준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서는 ‘수석’ 드로잉 신작 7점을 볼 수 있다. 작가는 '균형 잡힌 돌', '우주에서 온 돌', '신성한 돌', '동물 모양의 돌' 등 자신만의 독자적인 범주로 돌을 분류한 후 한 화면에 여러 돌의 이미지를 재편집해 드로잉했다.
 
갈라 포라스-김b 1984
〈6 Balanced stones〉
2025
Colored pencil and Flashe on paper
1524 x 1829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Gala Porras-Kim Studio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갈라 포라스-김(b. 1984) 〈6 Balanced stones〉 2025 Colored pencil and Flashe on paper 152.4 x 182.9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Gala Porras-Kim Studio, 국제갤러리]

 
그는 “이번 작업은 개인적인 차원의 수집행위와 관련된 것”이라면서도 ‘역사’를 말했다. “돌 수집은 나이가 드신 분들이 주로 하는 취미더군요. 수집된 돌을 물려받으면, 돌 수집의 이유가 바뀌겠죠. 물려받은 사람에겐 이 돌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가 감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제도화된 오브제 역시 세대에 걸쳐서 수집의 의미가 바뀌듯, 수석 수집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그에게 수석은 壽石이면서 水石이다. 돌은 물론, 돌이 머금은 물기 즉 자연의 형태가 받침대에 담기는 것이다. “돌이 어떠한 특정한 받침대에 놓이는 순간, 특정한 시선으로만 보게 되는 측면이 존재하게 되죠. 또 어떻게 하면 특정한 시간에 습기를 모아볼 수 있을까란 의문도 품었죠.”
 
그는 조선 후기 회화 형식인 책거리를 참조했다. 책거리가 책과 기물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드러내듯, 그의 드로잉을 통해 수석 하나하나를 관찰할 수 있다.
 
사실 갈라 포라스-김은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번 전시는 오픈콜을 통해 모은 각 개인의 수석 수집의 이유를 선보인다. '언제나 우리 집에 함께한 돌',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돌', '시간의 풍화 속에 깎이며 삶이 지나온 흔적과 닮은 돌', '자연과 인간이 마주하는 침묵의 시간' 등 돌 수집의 이유, 돌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은 제각각이다.
 
갈라 포라스-김은 말했다.

“컬렉션은 실제로 그 안에 있는 사물보다 그것을 수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곤 하죠.”
 
전시는 국제갤러리 K1에서 9월 2일부터 10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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