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SJC 스캔들로 드러난 베트남 금 시장 독점 폐해

  • 전 대표이사 387만 달러 횡령·직권남용 기소

  • 독점 구조의 구조적 문제 노출

사이공 주얼리 컴퍼니SJC의 전 대표이사 레 투이 항 사진베트남 통신사
사이공 주얼리 컴퍼니(SJC)의 전 대표이사 레 투이 항 [사진=베트남 통신사]

베트남 금 시장을 13년간 지배해온 독점 체제가 대규모 부패 스캔들로 막을 내리면서 권력 집중이 낳은 구조적 폐해가 드러났다.

베트남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8일 사이공 주얼리 컴퍼니(SJC)의 전 대표이사 레 투이 항이 최고인민검찰원으로부터 공금 횡령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국가 자산 약 387만 달러(약 54억원)가 유용됐고, 이 중 항 본인이 약 297만 달러를 부당 이득으로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2012년 제24호 법령 시행 이후 13년간 지속된 금괴 독점 체제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당시 법령에 따라 금괴 생산에 대한 독점 권한이 국가에 부여됐고 SJC는 독점 체제 하의 유일한 대표 브랜드가 됐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금 공급과 수요를 전적으로 통제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기소장에 따르면 ▲손실 한도 부풀리기 ▲장부 외 금 원자재 운용 ▲안정화 목적 금괴의 고가 판매 등의 위법 행위가 발생했다. 판매 채널이 단일하며, 브랜드가 하나 뿐인 시장 구조에서 권력이 통제되지 않은 특권으로 변질됐다는 평가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경영 부실이나 내부 비리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통제와 시장 신뢰 체계 전반과 깊이 연관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사건이 명확히 규명되고 관련자들이 엄벌받지 않으면 시장 불안정과 공공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이 판 안 변호사는 허가받지 않은 SJC 브랜드 제품을 생산·유통한 행위가 소비자 기만 및 사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매자들은 합법적이고 국가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산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장부에도 없는 제품을 산 셈"이라며 "분명히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 행위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만약 생산에 사용된 원자재 금이 통관되지 않은 밀수품임이 입증된다면 이는 단순한 내부 횡령 사건을 넘어 '밀수죄' 혹은 '국경 간 불법 운송죄'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는 국가 금융 및 통화 안보를 위협하는 중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응우옌 안 투언 변호사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2023년 소비자 권익 보호법에 따라 손해를 입증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해당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집단 소송 제기 또는 정부 규제기관에 불법 제품 회수 요청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법원이 이 사건을 처리할 때 반드시 민사적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SJC에 대한 배상, 국가에 대한 배상, 소비자에 대한 배상이 포함된다. 이와 동시에 베트남 중앙은행 및 산업통상부 같은 정부 기관이 나서 소비자 권리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와중에 또럼 당 총서기가 지난 5월 2일 주재한 금 시장 정책 관련 회의에서 당 중앙 정책전략위원회는 현재 금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위원회는 ▲금 시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밀수 및 자본 유출 위험을 초래 ▲독점 구조가 경쟁을 막고 건전한 발전을 방해 ▲국민 자본이 경제로 유입되지 않고 금으로 저장 ▲관리 방식이 국제 기준에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럼 총서기는 이 회의에서 관리 철학의 전환을 지시했는데 "막지 못하면 금지한다"는 사고방식에서 "열어 놓고 관리한다"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괴 브랜드에 대한 국가 독점을 질서 있게 철폐하고 자격을 갖춘 기업에게 금괴 생산을 허가해 공정한 경쟁 구조와 공급 다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제24호 법령 시행 13년 만에 새로 공포된 제232호 법령(ND 232)은 금괴 생산에 대한 국가 독점을 공식 종료했다.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자격을 갖춘 기업 및 상업은행도 금괴 생산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핵심 변화는 '절대적 독점'에서 '조건부 경쟁'으로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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