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치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1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글로벌 배터리 경쟁 현황과 국내 배터리의 전략적 대응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국내 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혁신과 공급망 자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능·장거리 주행에 최적화된 삼원계 배터리를 미래 모빌리티와 차세대 응용 시장에 집중하고, 저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재활용과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도 강조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과 가격 공세가 심화되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현지 생산과 정책 지원을 기반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산업은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원자재 확보, 제조 공정 혁신, 재활용 체계 구축, 국제 협력까지 포함한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바로 국내 배터리가 미래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미 투자 및 글로벌 협력 전략, 정부 정책 지원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북미 완성차 기업과 합작 투자, OBBBA(미국 감세법) 제정, 관세 협상 타결 등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기회를 확대할 수 있으며 첨단산업 국내 생산 세액공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ESS 산업 육성 등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국내 배터리가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선두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박 부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현재 글로벌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성장 요인과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배터리 산업은 연간 20~30% 성장하는 대표적 신성장 산업입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지난 15년간 글로벌 수요가 1000배 이상 증가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배터리 수요가 현재의 3배인 3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배터리는 미국, EU, 일본, 중국이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도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현재 경쟁 구도는 한국과 중국 양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으며,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특히 한국은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 양 축에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전략적 투자와 정책 지원이 향후 시장점유율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만의 전략이 따로 있나.
"전기차 대중화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복합 위기가 나타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는 차세대 기술 혁신, 공정 혁신, 다양한 응용 분야 개척, 공급망 자립,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등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장거리 전기차와 ESS용 배터리에서 성능을 높이고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생산 효율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의 공급과잉과 저가 공세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직면한 위기와 기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국은 '중국제조 2025', 대규모 보조금, 내수 시장, 핵심 광물 장악 등으로 빠르게 해외 진출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시장점유율은 77.4%에 달하며 비중국 시장에서도 한국을 앞질렀다. 다만 공급과잉, 안전 문제, 약탈적 경쟁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국내 배터리에 기회가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저가 전략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고성능 배터리와 안정적 공급망을 기반으로 차별화가 가능하다."
-한국 배터리 산업이 삼원계와 LFP를 병행할 때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삼원계(NCM)는 고성능과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고, LFP는 저가 전기차와 ESS에서 경쟁력이 있다. ‘삼원계 중심, LFP 보완’ 투 트랙 전략이 바람직하며 소재 혁신, 공정 혁신,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등으로 가격·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LFP 생산에도 대응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 일부 배터리 기업은 삼원계 고성능 배터리를 중심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LFP는 중국 및 저가 시장에서 판매 확대가 기대된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한국이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어떤 공급망 전략이 효과적인가.
"한국 배터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 NCM 전구체 92%, 수산화리튬 81%, 흑연 93%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이를 줄이려면 해외 광물 확보, 정제 능력 강화, 자원외교, 생산 보조금 등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재활용·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 순환 체계 구축도 중요하며,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핵심 광물 일부를 국내에서 확보하면 안정성과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국내 배터리는 북미 완성차 기업과 합작 투자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OBBBA 제정, 관세 협상 타결로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됐으며 ESS와 국방·AI 인프라 등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향후 한·미 협력은 핵심 광물 공급망 공동 확보, 차세대 기술 공동 연구, 재활용 생태계 구축 등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미 현지 공장 생산 확대와 첨단 배터리 R&D 협력은 가격 경쟁력과 품질 신뢰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배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이 있나.
"첨단전략산업 국내 생산 세액공제 도입, 대규모 R&D 투자 확대, ESS 산업 육성, 한·미 투자·통상 협력 강화 등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K-배터리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지위를 유지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정책적 지원이 기술 개발과 시장점유율 확보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핵심 광물 자립과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 기술을 통해 자원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글로벌 경쟁에서 원자재 안정성과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리사이클링과 재제조 체계를 조속히 산업화해야 한다. 국내외 정책 지원과 기업 협력이 맞물려야 국내 배터리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니켈·코발트·리튬 등 핵심 광물 80~95%를 회수하고, ESS·전기자전거 등 재사용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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