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K발 이슈는 '토종' 사모펀드(PEF) 전반에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토종 PEF가 집중하고 있는 중형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외국계 사모펀드의 존재감이 커지는 추세와 맞물려 토종 운용사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EQT파트너스, 워버그핀커스, KKR, 힐하우스 등 글로벌 운용사들은 중소형과 중형 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스웨덴 계열 사모펀드 EQT파트너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최근 명함 앱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 지분 90.2%를 인수하면서 국내 B2B 플랫폼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어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더존비즈온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인 워버그핀커스도 더존비즈온, HPSP, 클래시스 등 국내 상장사를 상대로 경영권 인수 가능성을 검토했다. 동시에 부동산을 중심으로 실물 자산 기반 투자도 병행 중이다. 작년에는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을 인수했으며 올 초 국내 부동산 운용사 와이드크릭자산운용과 함께 경기도 안성 물류센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계 KKR, 중국계 힐하우스캐피털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운용사는 국내 중소형 M&A 딜에서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풍부한 유동성을 무기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국내 사모펀드는 대형 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플랫폼·기술기업, 내수 기반 성장기업 등으로 투자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가 좁아지면서 시장 진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계는 유연하게 ‘넥스트 엑시트’를 설계할 수 있지만 국내 운용사는 IPO나 전략적 매각 외 대안이 제한적”이라며 “투자자산 회수까지 고려하면 리스크 대비 수익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토종 사모펀드 MBK가 홈플러스, 롯데카드 등 경영 전반에 약점을 드러냈다”며 “국내 자본시장에서 토종 사모펀드 활약이 부진한 가운데 MBK의 연이은 실책으로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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