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GM의 관세 비용 11억 달러(1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인 7500억원이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GM 영업이익(1조3567억원)의 55%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25% 고율 관세가 이어질 경우 한국GM의 연간 적자전환 가능성이 높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GM 판매량은 49만9559대(완성차)로 내수가 2만4824대, 해외 판매가 47만4735대다. 수출 의존도는 95%에 달한다. 주력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29만5883대), 트레일블레이저(17만8852대)로 가격은 2~3만 달러대다. 관세를 판매가에 더하면 기존 가격 대비 5000~1만7500달러(700만원~2440만원) 올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업계는 한국GM의 소극적인 시장 대응이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GM은 한국 진출 당시 국내 공장을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수출 전진 기지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후 본사가 글로벌 전략을 북미와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이 같은 전략은 힘을 잃었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가 수익성 높은 '픽업트럭', 중국이 '신에너지 차량' 생산 거점으로 성장하는 동안 한국사업장은 내수 부진 탓만 하며 시간을 낭비했다"며 "호주, 인도네시아, 유럽, 인도 등 시장에서도 실적이 악화하면 발빠르게 발을 뺀 전례를 볼 때 최근의 '한국 철수설' 역시 위기 관리 능력 부재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공적자금 8000억원을 받는 대신 향후 10년간 한국사업장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시한을 1년 3개월여 앞두고 자산 매각에 돌입한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직영 서비스센터를 팔고, 전기차 생산설비도 들여오지 않는 등 국내 판매량 확대나 미래차 대응을 위한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다"며 "만약 부동산 가치 상승에 기댄 유휴부지 매각으로 시세 차익만 거두고 떠난다면 인천 지역 경제 초토화는 물론 국부 유출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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