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일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 엄청나…외환보유액 많을수록 좋다"

  • 황건일 금통위원 한은 기자간담회

  • 통화스와프 외환안전판 역할 강조

  • "금융안정에 초점"…금리 동결 무게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3일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3일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 ‘국제금융통’으로 꼽히는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3일 “우리나라가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을 때 실제 효과가 엄청났다”며 통화스와프의 외환거래 안전판 역할을 강조했다. 

황 위원은 연내 금리를 한 번은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금리를 결정한다면 금융 안정에 더 초점을 두고 싶다며 금리 동결 쪽에 무게를 실었다.

황 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 “통화스와프 협상을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이는 경제적 영역이 아닌 정치적 영역”이라며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협상이기 때문에 전략은 기밀일 수밖에 없고 규모뿐 아니라 발동 요건 등도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통화스와프는 외환 안전판인 만큼 미 달러화뿐 아니라 다른 통화와도 체결하면 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은행은 일본·중국·캐나다·스위스·튀르키예·말레이시아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주요 기축통화국과 협정을 체결하면 통화가치 안정에 상호 협력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

황 위원은 “통화스와프를 직접 가져다 쓴다기보다는 심리적 안정에 효과가 있는 만큼 앞으로도 통화스와프 체결 국가를 다양하게 확대해야 한다”며 다음 달 10일 만기가 도래하는 한·중 통화스와프를 언급했다. 한은과 중국 인민은행이 체결한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은 590억 달러(약 4200억 위안·82조원)다. 중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 중 홍콩(4000억 위안)과 함께 가장 큰 규모다. 

황 위원은 현재 4156억 달러 규모인 한국 외환보유액에 대해선 “많으면 많을수록 안전판이 된다”고 평가하면서도 “확충 과정에서 시장에서 달러를 사거나 외평채를 발행해야 하는 만큼 환율이 오를 수 있어 여러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에 근접한 상황과 관련해서는 “수급 측면에서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크게 늘었고, 대미 투자 협의가 끝나지 않아 관련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미 금리 차와 관련해선 “개인적으로 내외 금리 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국제금융 업무 경험이 있어 다른 위원들보다 민감하게 보고 있으며 금리 차를 점차 줄여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외환 당국은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을 중점적으로 본다”며 “시장에서 외환 당국의 대응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제화된 통화를 갖지 못한 국가는 외환위기라는 원죄를 타고난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황 위원은 '경기와 금융안정이 계속 상충하는 상황인데,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 금리를 결정하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금융안정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성장 전망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가장 금리 결정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으면서 그 다음은 이번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시장에서 기대하듯이 한 번 정도는 (인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이번일지, 다음일지는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주시하고 있는 변수로 건설 경기와 집값, 가계부채 흐름을 꼽았다. 그는 "경기 상황을 보면 수출도 예상보다 괜찮고 소비도 회복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압도적으로 뒤엎은 게 건설이었다"며 "공사 중단 등 소식도 있었는데 건설 흐름을 좀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대출이 9월에도 8월만큼은 아니지만 늘어나고 있다"며 추석이 중요할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가족들이 모여서 어떻게 할지 의사결정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황 위원은 최근 6·27 대책, 9·7 대책 등 부동산 대책에 관해 "일부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러 기대 심리로 인해 최근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한은은 집값 그 자체보다 집값 상승세가 확산해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지는 것을 걱정한다"며 "정부가 나온 대책들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보다가 추가 대책 필요성을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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