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대출 연장] 42조 코로나 대출 만기임박…"연착륙 시도 필요"

  • 당국, 맞춤형 채무조정·분할상환 연장 제안

  • "도덕적해이" 비판도…지원대상 정교화해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에 폐업 안내가 적힌 스티로폼이 놓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에 폐업 안내문이 내걸렸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적용됐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이달 말 종료된다. 무차별적인 대출 연장은 자칫 소상공인과 은행권에 독이 될 수 있어 지원 대상 선별 작업을 체계화하고 민생금융 정책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잔액은 2020년 9월 94조원에서 2022년 9월 100조1000억원에 달했고 2023년 6월 76조2000억원으로 점차 줄었다. 

올 상반기 대출 만기 연장 잔액은 4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를 적용해왔다. 이 같은 만기 연장 조치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여전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보고 연장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은행권에게 최근 "맞춤형 채무조정이나 일시상환 만기를 연장해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는 등으로 방향을 설정해 채무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각사가 보유한 장기분할 전환 프로그램이나 소상공인 만기연장대출·분할상환대출 등으로 재대출 또는 대환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차주를 대상으로는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한 채무조정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 만기 연장이 지속되면 좀비기업이 양산되는 것은 물론 금융권의 지속 가능한 지원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원금, 이자를 내지 못할 정도인 한계기업, 취약 차주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논리다. 상환을 계속 늦춰주면 차주의 부실 정도를 제때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상환 유예가 끝나면 숨겨졌던 부실 위험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까지 동반 부실화될 수 있다.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바탕으로 은행권 연체율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은 0.35%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07%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 대출은 신용대출이 대부분인데 담보대출보다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가 높아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크다. 코로나 지원 프로그램은 저리 대출이 대부분으로 이 조달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줄지, 은행권이 부담할지도 불투명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연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 등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이자라도 조금씩 갚아나가는 출구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지원 대상을 정교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는 저금리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만기를 연장하는 소상공인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대출별·차주별로 차등화해 만기 연장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자영업 경쟁력 자체를 키우려는 정책을 늘리고 일부 회생 가능성이 낮은 부실 대출은 과감히 정리할 수 있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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