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방산 대회전, LIG-대한항공 '역전승'...영원한 '동맹'은 없다

 
 
아주경제 DB
[이미지=아주경제 DB]

약 2조원에 달하는 한국형 전자전 항공기(전자전기) 사업권을 둘러싼 혈투에서 LIG넥스원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꺾는 이변이 연출됐다. 상대적 열세로 평가된 LIG넥스원이 예상 밖 큰 점수 차로 앞선 것으로 알려져 향후 방산업계 수주 경쟁이 시계 제로로 빠져들 전망이다.

23일 방위사업청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 개발 사업에서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이 유력 경쟁자인 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사는 완료됐지만 디브리핑, 이의제기, 평가결과 검증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최종 통보는 10월 말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LIG넥스원과 KAI의 최종 점수 차는 4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종합점수 1점 차이도 변별력이 매우 크다"며 "디브리핑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양측 점수 차가 예상보다 커 모두 놀랐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의제기 절차가 남긴 했지만 4~5점은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사업은 정부가 우리 군의 해외 전자전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총 사업비 1조7775억원을 투자해 'K-전자전기'를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사업기간은 내년부터 2034년까지로, 선정된 팀은 캐나다 항공기 제조사 봄바디어의 G6500을 개조해 전자전 장비 탑재 등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는다.

전자전기는 전자파를 활용해 적의 레이더와 통신장비, 미사일 등을 무력화하는 군용 항공기로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기술이다. 지난 6월 미국이 전 세계를 따돌리고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미드나이트 해머(한밤의 망치)' 작전이 대표적이다. 
 
KAI는 체계종합 역량, LIG넥스원은 전자전 장비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무기 성능에 방점을 뒀다. 초반에는 미국 공군의 'EA-37B'과 닮은 개조 형상을 제안한 KAI가 경쟁사를 압도했다. 반면 LIG넥스원은 KF-21 통합전자전 장비 등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자장비 품질을 강조했다. 이번 사업은 한국산 전자장비를 G6500 기체와 통합하는 게 핵심이라 KAI의 접근 방식이 방사청 의도와 달랐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 체계 개발 사업은 전체 시스템을 만드는 체계종합기업과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돕는 체계통합기업이 역할을 분담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체계종합기업은 수익배분, 전략기획, 운영은 물론 유지·보수·정비(MRO)까지 총괄한다. 체계통합기업은 지정된 역할에만 머물고, 추가 MRO 수익배분에서도 불리한 입장이다.

항공기 체계종합 기술이 강한 KAI와 전자장비 기술에 강점을 지닌 LIG넥스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약 20년간 각각 반장, 부반장 역할을 수행하며 견고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KAI는 LIG넥스원과 팀을 짜길 원했지만 전자전 장비 기술 고도화에 성공한 LIG넥스원이 거절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향후 방산업계 수주 경쟁은 더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지전기 시장 규모는 오는 2033년까지 260억 달러(36조2700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기존 KAI 중심 플랫폼 독점 체제의 종말이자, 전자전기 사업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되는 신호탄"이라며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