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별세

"김대중 민주주의 여정 향한 가장 든든한 동지"

한국전쟁 직후 방공호서 출생…DJ 승리에 기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빈소에 고인 영정이 놓여 있다. 김 이사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으로 1997년 대선에서 부친의 당선을 도운 뒤 2004년 제17대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을 지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2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김대중평화센터는 부고를 알리며 "고인은 김 전 대통령 곁을 지키며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숨은 공로자였다"며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탁월한 선거 전략가로 활약하며 정권교체를 이끈 주역이었다"고 전했다.

김홍업 이사장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전남 목포 방공호에서 태어났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투옥되자 모친 이희호 여사와 함께 구명 운동을 주도했으며, 입에 검은 십자 테이프를 붙이는 '침묵 시위'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 신군부 시절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는 시위 배후 조종 혐의로 수배돼 3개월간 도피하다 체포돼 70여 일간 모진 고문을 겪었다. 이후 미국 망명길에 오른 부친을 따라가 '미주인권문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며 한국 인권 실태를 알리고 해외 지지를 이끌어냈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 사실을 세계에 알린 제보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1997년 대선에서는 정치 홍보·기획사 '밝은세상'을 설립해 과학적 여론조사와 파격적 홍보 캠페인을 주도해 김 전 대통령의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당시 인기 그룹인 'DJ DOC' 노래를 개사한 선거 광고 'DJ와 함께 춤을'은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DJ 정부 말기 권력형 비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2007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아버지의 정신과 유산을 계승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재단법인 김대중기념사업회(현 김대중재단)’를 설립하고, 2019년 이희호 여사 서거 후에는 유지를 받들어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직을 맡아 김 전 대통령의 평화·인권·화해협력 정신을 계승하는 데 힘썼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선련씨와 아들 종대, 종민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이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김대중평화센터와 김대중재단이 주관하며 장례위원장은 남궁진 전 문화부 장관, 집행위원장은 배기선 김대중재단 사무총장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