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을 활용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 하에서 시험·검증하거나 시장에 우선 출시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이날 대면 심의한 안건은 산업 현장에서 AI 활용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선제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함께 준비한 기획형 규제샌드박스 과제다.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는 신시장 창출·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 필요성·현장 수요를 반영해 특례과제 사전 기획 후 실증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먼저 신청한 과제에 특례를 승인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우선 에이로봇은 AI 탑재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현장에서 실증한다. 현행법상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적합한 표준과 안전기준이 부재해 산업현장에 도입이 제한됐다.
아이브이에이치는 실제 주행 영상데이터을 활용해 가상의 합성데이터를 생성해 자율주행 AI 모델의 학습과 평가에 활용한다. 합성데이터는 원본데이터와 유사한 성능을 보이면서 다중충돌 등 희소한 상황도 학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업들은 합성데이터에서 개인이 식별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실증으로 합성데이터의 안전한 생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 자율주행차 고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기획형 과제 외에도 한국철도태양광발전사업의 '전기 만드는 기찻길'을 실증한다. 철도 선로 위에 카펫트형 태양광 패널을 깔아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사업이다.
태양광발전사업자는 전기설비 공사계획인가·신고, 사용 전 검사 등을 받아야 하지만 현행법상 철도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부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번 실증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철도 태양광이 처음으로 시도되고 다양한 유형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위원회에 앞서 실외이동로봇 전문기업인 뉴빌리티를 찾아 기업 애로를 들었다. 뉴빌리티는 지난 15일 대통령주재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전략회의에서 실외이동로봇의 운행안전 인증절차 간소화를 요청한 바 있다. 현재는 2개월이 소요되는 16개 심사항목을 통과해야 보도에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심사항목 일부를 통·폐합할 방침이다. 또 인증 소요 기간 단축 방안도 신속히 마련해 연내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김정관 장관은 "이번에 승인된 규제특례로 부처간 벽을 허물고 시대에 뒤떨어진 불필요한 거미줄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한 것이 의미가 있다"며 "맥스(M.AX) 얼라이언스 출범을 계기로 제조 인공지능 전환(AX)를 가속화하기 위해 걷어내야 할 현장의 규제들은 최대한 신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