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日차기 총리 다카이치vs고이즈미…누가 되든 피할 수 없는 역사 갈등

  • 야스쿠니 참배, 독도 문제 갈등 재점화 가능성

  • 다카이치, 고이즈미 모두 선거전에선 야스쿠니 참배 '신중'...총리 재임 중 참배 가능성도

  • 다카이치, "다케시마의 날 '장관' 파견해야"

  • 고이즈미 "한국은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

지난 23일 도쿄에 있는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총재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왼쪽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사진EPA연합뉴스
지난 23일 도쿄에 있는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총재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왼쪽)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사진=EPA·연합뉴스]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현 농림수산상의 양강 구도로 박빙으로 전개될 전망인 가운데 두 후보 모두 선거전에서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되든 집권 기간 중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와 독도 문제 등 역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어 관계 전망은 예단이 힘든 상황이다.

경제안보담당상을 역임하기도 했던 다카이치 의원은 '여자 아베'라는 별명을 가진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한국에 관한 언급을 가장 자제해 왔다. 지난 24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한 기자로부터 "한국에 대한 언급이 적다"는 지적을 받자 "언급은 하고 있다"며 "특히 안보면에서 일·미동맹과 함께 일·미·한, 그리고 일·미·필리핀 연계 협력를 심화해 가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밝혔다.

다카이치 의원은 또 "일본과 한국은 문화적으로도 매우 교류가 활발하고 경제적으로도 조선 분야 등에서 경쟁을 하면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서 "중국과 북한, 러시아가 접근하는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한국과 협력하면서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일 관계를 심화해 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다카이치 의원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발언을 되도록 자제하면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 가운데 역사 문제에 있어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가장 가까운 인식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그가 총리직에 오를 경우 한·일 관계가 다시 긴장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실제로 다카이치 의원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단골로 참배해오고 있고,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 참배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 온 장소로 국책(國策)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다만 다카이치 의원의 이러한 성향은 한국 및 중국 등 일본의 아시아 외교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시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선거전 기간에는 총리 취임 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다카이치 의원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의 날' 행사에 장관이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치 볼 필요 없다"며 "모두가 일본 영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해당 행사에 2012년부터 차관급인 정무관을 보내고 있는데, 다카이치 후보는 이를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고이즈미 의원은 다카이치 의원보다는 한국에 대한 언급이 적극적인 편이다. 지난달 파주 농촌을 찾아 일본의 쌀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도 했던 그는 2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서 파트너로서 협력해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한·일관계 진전 희망을 밝혔다. 그는 또 "일·한 관계와 일·미·한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정상 차원에서도 셔틀 외교를 계속하고 정상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해 양국 관계를 한층 더 진전해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고이즈미 후보 역시 정치인이 된 후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오고 있으며 올해 8월 15일에도 농림수산상 신분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그 역시 최근 선거 기간 중에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향후 일본 정국 상황에 따라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사례처럼 총리 취임 후에도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부친인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켰다.

한편 내달 4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고이즈미 의원이 다카이치 의원보다 지지율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는 어렵고, 2차 결선 투표 역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산케이신문은 28일, 자민당 의원 가운데 지지 후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의원이 약 2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2명이 2차 투표를 치르게 되는데, 국회의원 표의 비중이 매우 커진다.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의원이 당원·당우에게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에는 미치지 못해 2위인 이시바 현 총리와 2차 투표를 치렀다. 2차 투표에서는 상대적으로 의원들 지지를 많이 받은 이시바 총리가 다카이치 의원을 21표차로 눌러 자민당 총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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