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K-푸드의 다음 성장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식품 수출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한 상황에서 일본의 가공식품 기술과 유통망이 K-푸드 확산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라면 수출은 12억48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1.1% 증가했고, 김치는 1억63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바탕으로 올해 수출액은 100억 달러를 무난히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가 이러한 수출 상승세를 어떻게 이어갈지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일본 시장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프리미엄 가공식품 수요가 높고, 편의점·대형마트 등 전국적인 유통망이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들이 소량씩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소비하는 구조는 '소용량·다품종·신속 회전'을 특징으로 하는 K-푸드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단순한 수출처를 넘어 현지화와 공동 개발을 실험할 수 있는 교두보로 평가된다.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양식품은 일본 법인 '삼양재팬'을 거점으로 불닭볶음면을 현지화해 팬층을 넓혀왔다. 2020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일본 내 불닭 브랜드 누적 출고량은 1억개를 넘어섰다. 최근엔 '야끼소바 불닭볶음면' 등 변형 제품도 선보이며 카테고리를 확장 중이다.
농심은 도쿄 하라주쿠에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를 열어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외식 체인 '야키니쿠킹'과 협업해 신라면 메뉴를 선보였다. 신제품 '신라면 투움바' 컵라면은 세븐일레븐 전 매장에서 출시 2주 만에 100만개 팔리며 흥행을 입증했다.
CJ제일제당은 일본 지바현 기사라즈시에 약 1000억원을 들여 신규 만두 공장을 세우고 '비비고' 제품을 현지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내 식품기업이 일본에 직접 공장을 설립한 첫 사례이며 향후 현지화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 일본 내 비비고 만두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8% 증가해 현지 수요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통 현장에서도 K-푸드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일본 돈키호테에 비비고 전용 매대를 설치해 현재 200여 매장에서 운영 중이며 연내 600곳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편의점들도 앞다퉈 K-푸드를 메뉴에 반영하고 있다. 로손은 '비비고 고추장'을 활용한 도시락을 내놨고, 세븐일레븐은 '한국 미식' 테마 행사를 반복 전개하며 저염·소포장 메뉴로 현지 소비 트렌드와 접목하고 있다.
정부도 일본을 비롯한 해외시장과 연결 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APEC 식량안보 장관회의를 한국에서 주최하며 일본·중국과 양자면담을 통해 수출 확대 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올해 5월 일본 오사카 엑스포에서는 'K-푸드 소비자 체험·홍보행사'를 열어 일본 현지 수요층과 유통업계에 한국 식품의 경쟁력을 적극 알렸다.
특히 일본은 까다로운 품질·표시 기준과 촘촘한 유통망을 갖춘 만큼 단순 소비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 전초기지로 평가된다. 업계는 현지 기업과 합작이나 기술 협력이 정착 속도를 높이고, 북미·유럽 등 고규제 시장 공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푸드 수출기업 관계자는 "일본은 전략적 의미가 큰 시장으로 현지 기업과 협업한 경험이 향후 다른 지역으로 진출할 때도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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