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60주년 기획] 갈등의 그림자…정치·역사 문제, 경제 협력 발목 잡나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수교 60주년은 경제협력의 희망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치·역사 갈등이 이를 발목 잡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국가 간 재산·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측은 협정이 개인의 위자료 청구권까지 소멸시킬 수 없으며, 전범기업에 대해 강제동원과 노동착취에 대한 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며 맞섰다.

2012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일본 정부는 즉각 항의했지만 한국 정부는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계속했고, 시민단체들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를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거부했고, 양국 관계는 냉각됐다.

외교적 교착을 풀기 위해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해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총리가 사죄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으로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합의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비판이 계속돼 사실상 무효화됐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이는 2012년 환송 판결 이후 6년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이다. 비슷한 시기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판결도 잇따라 나왔다.

일본 정부는 판결 직후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무역보복에 나섰다.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노 재팬’ 운동이 일어났고,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정책으로 대응했다.

악화일로를 걷던 대일외교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23년이다. 외교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피해자 배상금을 지급하고 한·일 기업이 기금을 조성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같은 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일부 수출규제를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에도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달 693여 개에 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역사 정의·평화 실현 없는 굴욕 외교는 안 된다”며 시국선언을 했다. 여전히 이들은 제3자 변제안을 철회하고 일본 정부에 사과 및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사 갈등과 경제·안보 협력을 분리해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얘기하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관계의 역사는 상대방을 비난만 한 것이 아니라 서로 공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았다”며 “한·일 양국이 중추적 동반자로서 협력한다면 서로의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문제나 영토문제를 외면하진 말되 그 문제와 사회경제·민간교류 같은 미래지향적인 문제들은 또 그 문제대로 별도로 접근하자, 그래야 뭔가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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