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1980년대 '반동'으로 낙인찍힌 영화 '붉은수수밭'

  • 中 최초 노벨문학상 모옌 소설 원작

  • 강렬한 민족 색채와 자유분방함

  • 1980년대 大흥행…정신적 대리만족 충족

  • 저속한 반동영화…사회주의 '모독' 비판도

영화 붉은수수밭 포스터
영화 '붉은수수밭' 포스터

매년 10월은 노벨상 시즌이다. 특히 '노벨상의 꽃'으로 불리는 노벨 문학상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린다. 중국도 지난 2012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중국 소설가 모옌이다.

모옌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것은  1988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원제 红高粱 훙가오량) ’이 황금곰상을 받으면서다. 모옌은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다. 모옌은 1985년 3월 인민문예지에 ‘붉은 수수밭(훙가오량 가족)’ 소설을 발표했다. 소설을 읽고 감동한 장이머우 감독이 직접 모옌의 집을 찾아가 당시 저작권 규정에 따라 800위안을 지불하고 영화 판권을 구매했다고 한다.

붉은수수밭은 나병을 앓는 나이 많은 고량주 양조장 주인 리씨에게 나귀 한 마리 가격에 팔리다시피 시집간 18세 시골 처녀 주얼(궁리 분)의 억척스러운 삶을 그렸다.

남편 얼굴도 모르는 채 가마를 타고 신랑집으로 향하던 주얼은 젊은 가마꾼 위잔아오(장원 분)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수수밭에서 정사를 나눈다. 이후 시집 오자마자 남편이 누군가에 살해당해 과부가 된 주얼. 위잔아오는 주얼의 남편이 되고, 둘은 양조장을 함께 꾸려나간다. 특히 위잔아오가 술에 취해 오줌을 눈 술통 속 고량주는 최고의 술맛을 자랑하며 ‘18리 홍고량’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게 된다.

9년 후 일본군이 마을로 쳐들어오고, 양조장 일꾼 뤄한이 일본군에 잡혀 가죽이 벗겨지는 형벌로 죽는다. 분노가 폭발한 마을 사람들은 수수밭에서 수십도의 고량주에 불을 붙여 일본군에 맞서고, 수수밭은 시뻘겋게 불타오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중국 국민 여배우 궁리는 나병 환자에 팔려가지만 봉건의 굴레에 맞서 사랑과 삶의 가치를 용기있게 추구하는 독립적인 여성 주얼 역을, 장원은 강인한 개성과 민족의식을 갖고 정의를 실현하고 삶에 대한 열정을 지닌 위잔아오 역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은 이 영화는 강렬한 민족적 색채,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활력, 그리고 높은 애국심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며 1980년대 중국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물질적, 문화적 빈곤이 극심했던 시대에 대중의 오락적 욕구를 크게 충족시켰고, 정신적 대리 만족을 줬다”고 표현했다.

당시 영화표 가격이 몇 마오(毛, 1위안의 10분의 1 가격의 화폐단위), 우리 돈으로 십여원에 불과했던 시절 박스오피스 수입은 4000만 위안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80년대 중국인의 하루 생활비가 1위안, 월급은 수십 위안에서 백 위안이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액수다.

보도에 따르면 지방 극장에서는 0.2위안 영화표를 사서 ‘붉은수수밭’을 보기 위해 두 시간 줄을 서야 했다. 당시 인구 31만명 도시인 닝샤자치구 인촨에서는 붉은 수수밭이 9일간 상영돼 모두 23만 557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사실상 인촨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영화를 본 것이다. 위잔아오가 수수밭에서 주얼을 향해 부른 ‘누이야,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자(妹妹你大膽地往前走)’ 노래는 마치 유행가처럼 거리에서 불려졌다. 특히 20대 젊은층이 붉은수수밭의 열렬한 팬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노년층 간부나 교수들의 비판의 대상이었다.  루쉰 연구자이기도 한 왕더허우 작가는 "일본군이 사람가죽을 벗기거나, 술통에 오줌을 누는 장면, 수수밭에서 남녀의 정사를 연상케 하는 장면 등을 놓고 당시 교수를 비롯한 노년층은  '붉은수수밭'이 저속한 취향을 충족시킨다고 비판했다"며 반동 영화, 조국과 사회주의를 모독하는 '독초'라고 몰아붙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