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체계, 37년 만에 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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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20일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발표하면서 1988년 이후 37년 만에 대법관이 증원되는 등 사법체계의 틀이 전면 개편될 전망이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사법개혁안의 핵심인 대법관 증원안은 현재 14명으로 운영되는 정원을 26명까지 늘리는 내용으로,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시행된다. 법이 통과되면 시행 1년 후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단계적으로 늘려 최종 26명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민주당은 사건 폭증에도 불구하고 40년 넘게 제자리인 대법관 수로는 더 이상 심리 충실도를 담보할 수 없다고 본다. 대법원은 매년 약 3만건의 상고 사건을 처리해야 하지만 실질적 심리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사실상 3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려면 대법관 증원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도 민주당이 제시하는 주요 논거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수가 100명을 넘고 다양한 전문직 출신으로 구성돼 사건별 심리의 전문성과 속도를 동시에 갖춘 구조다.

반면 한국은 대법관들이 방대한 사건을 처리하면서 개별 사건에 깊이 있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고 그 결과 일부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전관예우’에 의존한 전략적 상고가 만연해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법관 증원이 현실화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신규 증원 12명과 퇴임 예정인 기존 대법관 10명을 포함해 최대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어 사법부 구성의 지형 변화도 불가피하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대법관 교체 시점이 차기 정권에도 균등하게 배분된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제도적 필요”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위원 수를 10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하고 구성도 개편한다. 법원행정처장은 위원에서 제외되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하는 법관 2명(1명은 여성)을 새로 포함하며 전국 지방변호사회가 과반 찬성으로 추천하는 변호사 1인도 참여하게 된다. 위원장은 종전처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원들 간 호선으로 선출된다. 추천 시 지역·성별·경력 등 다양성이 고려되도록 기준도 명문화된다.

민주당은 또 법관평가제를 공식 도입해 외부 평가 결과를 법관 인사에 반영할 방침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한 평가 결과를 자질 평정에 활용하고 법관 인사위원회에도 외부 인사를 포함해 대법원장 중심의 폐쇄적 인사 구조를 개선한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재판을 수행하는 법관이 인정받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는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만 일반에 열람·복사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1·2심의 미확정 판결문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다만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이 마련된다. 공개 대상은 2000년 8월 이후 선고된 사건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다.

사법개혁특위가 이날 발표한 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재판소원’ 제도 도입 논의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사실상 4심제로 이어질 수 있어 대법원과 헌재 간 입장 차가 뚜렷하다. 천대엽 대법관은 “재판이 무한정 지연되고 서민의 재판청구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한 반면 김상환 헌재소장은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 헌법소원 대상 확대가 이상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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