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거래소의 주식 거래시간 연장 논의를 글로벌 경쟁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문제 등을 둘러싸고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거래시간 연장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디지털 자산의 확산에 대응해 토큰증권(STO)와 가상자산 ETF 신상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은보 이사장은 29일부터 이틀 동안 거래소가 주최하는 코리아 캐피털마켓 콘퍼런스 2025(KCMC 2025) 개회사를 통해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2회를 맞는 KCMC에는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 증권․운용 등 업계 관계자, 지수사, 일반투자자 등 약 1000여명이 참석해 한국 자본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의 올해 주가 상승률과 외국인 순매수세 등을 언급하며 "이런 흐름이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뉴노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장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리아 프리미엄'을 지속하기 위한 거래소의 노력을 △기업가치 제고의 일관된 추진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조성 △글로벌 자본시장 흐름에 대한 선제적 대응 △디지털자산 확산에 대한 대응 네 가지로 정리했다.
거래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정 이사장은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등 글로벌 거래소들은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 결제 주기 단축 등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이미 파생상품 자체 야간 거래를 시작한, 한국거래소의 주식 거래시간 연장 논의 역시 글로벌 경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24시간 거래 체제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도 드러냈다. 정 이사장은 "전통 자산과 디지털자산, 전통 금융과 탈중앙화금융이 경쟁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침투하며 투자상품과 금융시스템 지형을 크게 바꾸고 있다"며 "한국거래소는 전통 자산의 토큰화와 디지털자산의 증권화 두 개의 큰 흐름에 대비해 STO, 가상자산 ETF 신상품을 준비하는 등 미래 금융의 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진행되던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시장 감시 역할도 충실히 지속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보다 정교화해 기업의 성과와 장기 성장전략이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적시 공시되도록 지원하겠다"며 "주주환원이 확대되고, 기업 스스로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해 주주 가치 경영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겠다"며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및 주관사 역할 강화를 통해 IPO시장의 건전성 제고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및 절차 효율화를 통한 증시 진입·퇴출 체계 합리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초동대응 역량 강화를 통한 불공정거래 근절 △감시체계의 개인 기반 전환, 생성형 AI기반 감시시스템의 도입 추진 등 시장감시체계 고도화 노력을 방법론으로 언급했다.
이날 KCMC2025는 정은보 이사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이억원 금융위원장, 강준현·강민국 국회 정무위원회 양당 간사, 케빈 스니더 골드만삭스 경영위원회 위원, 장폴 서베 IOSCO 의장, 미쉘 해리스 뉴욕증권거래소 부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또 오기형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기조연설과 함께 코스피 5000을 기원하는 오프닝 세레머니가 진행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논의된 다양한 의견이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천 계획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KCMC를 내실있게 성장시켜 시장 발전의 기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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