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시멘트 업계에 종사하는 박지수(가명) 씨는 올해 명절 보너스 없이 고향으로 내려간다. 작년부터 이어진 경기 불황에 건설 물량이 줄면서 시멘트 업계 대부분이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내수 출하량은 33년만에 2000만t 밑으로 내려앉았다.
박씨는 "물류 창고에 재고가 가득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며 "건설 물량이 줄어들면서 일부 업체는 암암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걸로 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멘트 업계가 역대 최악의 불황에 직면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수 출하량은 1천88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줄었다. 상반기 기준 시멘트 내수 판매량이 1992년(1976만t) 이후 33년 만에 2000만t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업계는 올해 시멘트 업계의 출하량이 4000만t을 밑돌 것으로 분석한다
실적 악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실제로 쌍용C&E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34억3551만원으로 전년 동기 777억3516만원보다 약 57%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작년 상반기 337억원 흑자에서 올해 상반기 82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 아세아시멘트의 영업이익도 각각 60.3%, 47%, 43.5% 감소하며 경영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이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건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아 연간 출하량이 4000만 톤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선 부동산 경기가 풀리는 내년 중순까지 버티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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