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읍참마속'의 결단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정치에서 리더의 진짜 힘은 솔직함에서 나온다. 국민은 대통령이 완벽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줄 아는 모습을 원할 뿐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그 가장 단순한 미덕에서 멀어져 있다. 말은 많고, 변명은 넘치며, 결단은 없다. 그는 여전히 싸움의 언어로 정치를 하고 있다.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대통령이 아닌 '정치인 이재명'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민은 알고 있다. "'냉부' 찍기로 돼 있었다. 미안하다." 그 한마디만 했어도 지금의 국민 분노는 절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사람은 실수를 용서하지만, 변명은 용서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실책이 문제가 아니라, 그 실책을 숨기려는 태도가 국민의 신뢰를 깎아내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을 방어하려는 본능에 갇혀 있다. 정치적 계산이 인간적 진심을 앞서고, 권력의 본능이 공감의 언어를 지워버렸다.
 
정치적 배경을 보면, 그가 왜 그런 태도를 취하는지 이해할 수는 있다. 지금 여당은 사분오열되어 있고, 검찰과의 갈등은 상시적이다. 정권 초부터 위기와 방어의 연속이었으니, 그에게 사과는 단순한 인정이 아니라 '패배의 신호'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란 본래 자신을 잃는 예술이다. 국민 앞에서 자신을 한 번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만이 다시 신뢰를 얻는다. 정치적 생존을 위해 진심을 숨기면, 결국 정치도, 생존도 함께 잃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사 리더십'의 혼선이다. 김현지 사건을 비롯한 측근 문제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결단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누가 보더라도 '읍참마속'이 필요한 순간인데, 그는 차마 칼을 들지 못한다. 정치적 연민과 체계 유지를 위한 계산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도자의 충정은 인맥이 아니라 원칙에서 나온다. 정권의 안위를 위해 사람을 품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그건 리더십의 방기다. 결국 그 한 사람을 감싸려다, 더 많은 국민의 마음을 잃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진정한 정치적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자신이 만든 '이재명 사단'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그는 언제나 국민의 언어로 말한다고 강조했지만, 지금은 국민의 언어가 아니라 정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진정성이란 단어는 입에 담지만, 그 진정성이 국민에게 닿지 않는다. 대통령은 감정의 화술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정치는 이제 '드라마'가 아니라 '관리'의 영역이다. 감성의 지도자는 시대를 열 수는 있어도, 국가를 안정시키지는 못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감성의 리더십을 합리의 리더십으로 전환하지 못한 데 있다. 그는 싸움에는 능하지만, 화해에는 서툴다. 그의 언어는 언제나 투쟁적이고, 그의 태도는 늘 방어적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위는 싸움에서 오지 않는다. 용서와 포용의 언어가 권위를 만든다. 김대중은 그걸 알고 있었다. 감옥에서 죽음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그를 감시하던 사람에게 "당신도 고생이 많소"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역사를 바꿨다. 지도자의 품격은 그 한마디의 여유에서 완성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를 다스리고 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검찰의 피고인처럼 느끼고, 국민을 설득의 대상이 아닌 변호의 대상으로 본다. 그래서 모든 발언이 해명처럼 들린다. 국민은 그런 리더에게 피로감을 느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단군 이래 최대의 통합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그는 민생을 말하고 복지를 추진하지만,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것은 '소통의 복지'다. 예산의 숫자보다, 마음의 대화가 더 중요하다. 민생을 퍼주듯이 소통을 퍼주라는 말이다. 보수를 향해 귀를 열고, 반대자를 향해 손을 내밀라. 그게 바로 지도자의 품격이며 정치의 완성이다. 대화는 약함이 아니라 강함의 증거다. 자신과 다른 이의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아는 정치만이 국가를 통합시킨다. 정치의 품격은 권력의 크기에서 오지 않는다. 그 품격은 얼마나 자신을 낮추느냐에서 결정된다. 국민은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짓을 두려워하고, 오만을 싫어할 뿐이다. 한 시대의 지도자가 남기는 가장 큰 유산은 정책이 아니라 태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걸 잊는다면, 그는 결코 김대중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단 한 번의 결단, 읍참마속의 냉정함과 국민 앞의 미안함 이 두 가지를 실천한다면, 그는 역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지도자의 사과는 패배가 아니다. 그건 진심의 시작이다. 정치는 이기는 자의 기록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로 쓰여지는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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