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시가 교통 범칙금 납부에 QR 코드 시스템을 도입하며 디지털 행정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QR 코드를 악용한 '퀴싱(Quishing)' 사기와 현금 결제만 고집하는 자영업자 문제가 맞물리며 기술 혁신의 그늘도 드러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베트남 청년 신문에 따르면 호찌민시 공안교통조사과는 지난 9월부터 교통범칙금을 QR 코드로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 전역에 도입했다. 현장에서 교통위반이 적발되면 경찰이 QR 코드를 제시하고 위반자는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즉시 납부할 수 있다. 개인의 경우 50만 동(약 2만8000원) 이하, 단체의 경우 100만 동 이하의 벌금에 적용된다. 다만 추가 처벌이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방식은 시간 절약과 행정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명적 변화이며 행정 절차의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반면 QR 코드의 어두운 면도 역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하노이와 호찌민시에서는 QR 코드를 악용한 신종 사기 수법 '퀴싱'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퀴싱이란 QR 코드(Quick Response)와 피싱(Phishing)을 결합한 합성어로, 익숙한 QR 코드를 악용해 사용자를 가짜 웹사이트로 유도하거나 악성 코드를 설치하게 하고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자산을 갈취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피해자들은 카페나 의류 매장, 주유소 등에서 출처 불명의 QR 코드를 스캔했다가 가짜 결제창이나 피싱 사이트로 연결돼 금전적 피해를 봤다. 피해자 A씨는 진짜 코드 위에 가짜 코드가 덧붙여져 있는 것을 모르고 결제해 피해를 봤고, 피해자 B씨는 노점 카페에서 QR 코드를 스캔해서 결제했지만 상점 주인이 돈이 송금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다만 바로 은행으로 연락해 긴급 차단 조치를 취해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대학생 C씨는 음식 쿠폰을 받기 위해 QR 코드를 스캔했는데,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의 홈페이지를 가장한 가짜 사이트에 로그인했다가 계정을 탈취당했다. 적립금 및 카드 정보까지 노출되는 사건도 이어졌다. 피해자 D씨는 결제 시 10%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QR 코드를 스캔했지만, 몇 시간 후 자동으로 은행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이들 사례는 모두 퀴싱 수법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베트남 사기 예방 전문 사이트(chongluadao.vn)의 한 관계자는 "카페, 계산대, 주유소, 정류장 등에 진짜 QR 코드 위에 가짜 QR 코드 스티커를 붙이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며 "소비자는 매장에 입금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기범 계좌로 송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는 반드시 코드의 출처를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링크나 과도한 혜택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QR 코드 스캔 시 'https://'로 시작하는 안전한 주소인지 확인하고, 공식 은행 앱 등 신뢰 가능한 스캐너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QR 코드의 확산이 결제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일부 상인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호찌민시에서는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 이후 일부 자영업자들이 은행 이체나 QR 결제를 거부하고 현금만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호찌민시는 현금 결제만을 고집하는 업소들에 대해 세금 회피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처럼 QR 코드 결제는 행정의 디지털화를 가속화시키는 혁신 도구로 자리 잡고 있지만, 동시에 사기 범죄의 도구가 되거나 악용될 소지도 있어 주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QR 코드는 악용될 경우 해커의 통로가 된다"며 "퀴싱은 이제 낯선 얘기가 아니고 QR 스캔 하나로 한 달치 월급을 날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찌민시는 QR 코드 기반 납부 시스템의 전국적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당국은 '퀴싱' 피해 예방을 위한 보안 인식 강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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