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강한 경제" 외친 日, 21조엔 긴급 투입…금리·환율이 최대 변수

  • 물가대응에 11.7조엔 투입..."국민 부담 완화 초점"

  • 재정악화·엔저 우려에 시장 '긴장'

  • 엔저 압력 심화...일본은행 금리인상 가능성 주목

지난 18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교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교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1일 총 21조3000억엔(약 200조원) 규모의 종합 경제대책을 공식 결정했다. 고물가 부담 완화와 성장 산업 육성, 그리고 방위력 강화를 내세운 이번 대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재정 악화와 엔저 심화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임시 각의에서 생활 안전 보장·물가 상승 대응, 위기관리·성장 투자, 방위력·외교력 강화 등을 축으로 한 종합경제대책을 확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국민 부담 완화와 반도체·AI 등 미래 산업 육성, 조선·우주·방위 등 전략 산업 강화가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우선 전체 21조3000억엔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11조7000억엔은 가계 지원 등 물가 안정 대책으로 투입된다. 내년 1~3월 전기·가스요금으로 1인당 7000엔을 지원하고, 식료품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1인당 3000엔 정도의 쌀 쿠폰 등을 보급할 계획이다. 18세 이하 아동에게는 소득 제한 없이 1인당 2만엔을 지급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지방교부금은 2조엔으로 확대됐다.

방위력·외교력 강화에는 1조7000억엔이 배정됐다. 올해 회계연도 안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끌어올린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방침에 따른 후속 조치다. 위기관리 및 성장 투자를 위한 재정 자금으로는 조선 능력 향상을 위한 10년 기금 신설, 우주·국토강인화 관련 공공사업 확대, 의료기관 인건비 상승 대응 보조금 등도 포함됐다. 양자 기술, AI, 반도체, 중요 광물 등 경제안보 분야 투자도 강화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대책이 향후 3년 실질 GDP를 약 24조엔(약 226조원), 연평균 성장률을 1.4%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정권이 내세운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둘러싸고 지난 한 달간 경계감이 급격히 고조됐다. 재정 확장 정책에 대한 우려로 일본 국채와 엔화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안인 물가 상승은 엔저 영향으로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 엔화 매도 억제 관점에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큰 초점이 되고 있다.

실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20일 한때 달러·엔 환율은 1달러=157엔대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며 올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장기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835%까지 오르며 2008년 6월 이후 약 17년 반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셀 재팬(일본 매도)' 현상으로 규정한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이노 뎃페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재정 확장적 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지만, 엔 매도 흐름은 당분간 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정권은 물가 상승 억제를 중요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지만 정권 출범 후 재정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안으로 엔화 약세가 크게 진행됐다. 이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급속히 진행된 엔화 약세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일본은행도 주시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21일 국회에서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행의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40% 정도로 11월 상순의 60%에서 하락한 상태다.

우에다 총재는 18일 다카이치 총리와 면담했으나 "총리의 특별한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권이 12월 금리 인상을 사실상 용인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시장 불안의 또 다른 배경에는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기조 변화가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기초재정수지 흑자화를 목표로 삼아왔으나, 다카이치 정권은 이를 철회했다. 대신 GDP 대비 부채잔고 비율을 중시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재정 여력을 성장 투자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다카이치 정권의 전략이다. 미즈호증권의 고바야시 슌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여력이 생겼다 하더라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입되는 재원이 수요 확대가 아니라 공급력 강화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정권의 정책은 일본 경제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와 동시에 실패할 경우 엔저와 물가 상승, 그리고 부채 확대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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