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보하라더니 녹취는 징계?"…새마을금고, '갑질 침묵 강요' 논란

  • 서울 한 금고, '녹취 제한 규정' 제정…"피해자 방어권 침해" 지적

  • 중앙회, 내부제보센터 신설 무색…"해당 규정 법률 자문 중"

서울 강남구 소재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새마을금고
서울 강남구 소재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새마을금고]
새마을금고가 내부제보 활성화를 내세운 지 불과 9개월 만에 일선 금고에서 직원 간 대화 녹음을 징계 사유로 명시한 규정을 마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직장 내 갑질이나 부당 지시 등 내부 문제를 증거로 남길 수 없게 만들어 사실상 '침묵 강요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소재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녹취 제한 규정' 제정안을 만들어 지난달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는 직원 간 대화를 상대방의 명시적 동의 없이 녹음하면 중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정이 민원 제기나 갑질 증거 확보 목적인 녹취까지 금지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본인이 대화 당사자에 포함돼 있을 때 녹취는 불법이 아니지만 해당 규정은 이를 '징계 사유'로 명시했다. 특히 상대방 동의 없는 녹취를 외부 기관이나 언론 등에 전달하면 면직과 손해배상 청구를 병행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심지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올해 초 준법감시부문 내 '내부제보센터'를 신설해 익명 제보 및 보호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중앙회는 당시 "조직 내 부당행위와 윤리 위반을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는 내부 창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금융권 전반에 내부제보자 보호와 포상 제도 운영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려 내부 신고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제보자에게 치료비·이사비·변호사비 등을 지원하는 구조금 제도를 신설하고 올해 포상금 상한을 상향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금융감독원 직접 감독 대상이 아니라 이러한 제도 강화 움직임을 적용받지 않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 차원의 공통 지침은 아니고 해당 금고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부 규정"이라며 "해당 규정 제정 사실을 인지했으며 규정이 적법한지 여부를 두고 법률 자문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내부제보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조치라고 지적한다. 장효민 노무법인 나원 노무사는 "직장 내 부당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녹취하는 것까지 금지하면 방어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징계나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땐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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